2024-05-25 22:35 (토)
어떻게 하면 잘 늙어 갈까
어떻게 하면 잘 늙어 갈까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18.01.25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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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많을 때 보편적으로
누리는 기쁨이다
▲ 류한열 편집국장

 삶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거나 쇳덩이처럼 무겁다. 겨울을 보낼 때 시간마다 추위를 온몸으로 맞서는 사람들이 있고, 추위를 외려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쪽방에서 몸을 웅크리고 문틈에서 기어들어 오는 칼날 같은 바람 한 줄기가 심장을 가르기도 한다. 추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은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자본주의를 자기편으로 만든 사람들의 행복한 삶이다.

 자신을 밝히지 않고 지난 18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2억 6천400만 원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꽁꽁 언 마음을 확 달군 얼굴 없는 천사다. 기부 내용에 가슴이 찡하다. “도울 분에 비해 부족한 액수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해약한 적금 통장 4개에서 그대로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이웃을 향한 사랑을 조금씩 키워왔다는데 가슴이 뭉클한다.

 요즘 ‘어떻게 잘 늙을 것인가’에 모두가 빠져있다. 지자체마다 항노화 산업을 들고나와 ‘잘 늙기’에 힘을 쏟고 있다. 잘 늙기는 쉽지 않다. 긴 인생길을 걸으면서 숱한 어려움과 직면하며 어떤 때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조지 베일런드가 쓴 ‘행복의 조건’을 들춰보면 인생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오는 도전에 긍정적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하다. 좀 어렵게 말하면 ‘긍정적 방어기제’를 기르면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면 도움이 되겠다.

 ‘행복의 조건’에서 또 다른 구절인 “긍정적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다”가 눈길을 잡는다. 잘 늙어가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배워서 깨닫는 재미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누가 행복하지 않을까. 노화를 길게 연구하고 숱한 사람을 지켜보면서 나온 결론이라 믿을 만 하지만 지금 현실이 너무 춥다. 하루하루를 절벽을 기어오르는 삶에서 행복 자체를 찾는 게 사치일지도 모른다.

 삶의 터전은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런 운동장 가운데 서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소리 질러도 들어줄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은 원래 기운 운동장을 어쩌란 말이냐고 대들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8년째 1위 불명예를 벗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맞춤형 대응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을 두고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부류를 보면 그 간극을 메우는 특효약이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잘 늙어가는 항노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하루를 넘기기도 숨이 가쁜 사람이 많은 건 큰 모순이다. 모순을 줄이는 사회에서 건강한 행복을 말할 수 있다.

 사람은 추위에 민감하다.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 동시에 마음까지 쪼그라든다. 추위는 나 아닌 남을 돌아보는 좋은 생각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은 엄청 추운 날씨에 ‘산타클로스’를 기다린다. 따뜻한 마음을 주고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바라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많을 때 보편적으로 누리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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