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5:42 (금)
지방 정치인은 오래 살 수 있다
지방 정치인은 오래 살 수 있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18.01.18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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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출마 예상자들은
지역 주민과 부대껴
기른 실력을
‘6ㆍ3 구장’에서
발휘하길 바란다
▲ 류한열 편집국장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병원 가는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까? 배우는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까? 병원에 자주 들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착각은 순진하다. 배우는데 시간을 더 쓰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에 마음이 끌린다. 공부를 하면서 희망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돈을 벌어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뻔한 훈계가 그럴싸하다. 그렇다면 시ㆍ군의회에 들어가려는 지방 정치인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답은 ‘장수한다’이다. 이들은 시ㆍ군의회로 가는 길이 병원 가는 길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

 시ㆍ군의회는 지방 정치인에게 꿈의 무대다. 메이저 리그는 아니고 마이너 리그다. 동네 골목에서 야구를 하다 공인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면 얼마나 폼이 날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찬다. 마이너 리그에 진출하는 입단 심사가 오는 6월 13일 열린다. 동네 골목에서 쌓은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지역 정치인들은 본격적으로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실력을 갖춰도 심사 당일 미끄러지기도 하고, 실력이 조금 모자란 데도 심사에 붙을 수 있다. 바람을 잘 타는 기술 덕이다. 지방 정치는 팔딱거리는 생물이다. 중앙 정치와 맥이 닿아있기도 한데, 뒤집어 보면 개인적인 역량이 더 필요한 구석이 있다.

 시ㆍ군의원은 지역 주민의 호흡 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다. 삶의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기 때문에 시ㆍ군의원은 진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선수가 필요할 때 안타를 하나 칠지”, “저 선수가 안타성 타구를 절묘한 수비로 잡아낼지” 등 같은 운동장에 있는 사람은 알 수 있다. 요행수로 홈런을 치거나 홈런성 공을 잡아 마이너 리그에 들어간 사람은 타율이 2할대에도 못 미친다. 마이너 리그에 뛰려고 준비하는 선수들은 동네에서 1차 심사를 넘어 본심사에서 당당하게 실력을 뽐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실력이 오를 수 없는 것처럼, 본심사에서 갈고닦은 실력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방정치 무대만큼 인간성이 풀풀 드러나는 공연장도 없다. 시ㆍ군의회에 들어가려는 지역 일꾼은 주민들을 만나 울고 웃고 해야 한다. 주민을 섬기는 사람이 뻣뻣하게 목에 힘주면 안 된다. 실력 없는 선수는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다 삼진 아웃되기 십상이다. 삼진 아웃된 후 더그아웃에 들어갈 때 뒤통수가 간지러운 수모를 겪어야 한다. 그때 괜히 출전했다는 후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김해지역 시의원들과 출마 예상자들은 엇비슷한 팀 전력 때문에 개인 기량을 키워야 한다. 팀 전력만 믿고 열심히 몸을 만들지 않으면 경기장에서 헛스윙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팀은 출전하려는 선수가 넘치는데 한국당 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 지난 4년 전 경기 때와 다르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뛰는 사람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하고, 한국당 선수는 지레 처음부터 겁먹을 필요가 없다. 마이너 리그에서는 지금까지 길러온 실력이 강점이다. 팀 전력 믿다가 낭패를 당하고 팀에서 방출되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

 요즘 시ㆍ군의회 무대에 진출하고 싶은 사람이 넘쳐난다. 한 분야에 성과를 이룬 사람과 ‘살 만한 사람’뿐 아니라 당에 연을 대고 활동한 사람들은 몸이 달아 있다. 여러 사람이 지방의회의 꿈을 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은 삶 동안 지역 주민을 섬기겠다는 ‘일꾼파’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바꾸고 싶다는 ‘전업파’가 있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이름파’까지 등장한다. 이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지역 정치를 굴리는 힘을 발휘한다. 지방의회 출마 예상자들은 지역 주민과 부대껴 기른 실력을 ‘6ㆍ3 구장’에서 발휘하길 바란다. 어떤 명분을 달고 뛰든 걸음마다 지역주민을 우선해 좋은 결과를 내면 선이 된다. 병원에 자주 가는 것보다 의회에 자주 가는 게 훨씬 건강에 좋다는 체험을 나중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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