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체온, 36.5도의 삶
건강한 체온, 36.5도의 삶
  • 정창훈 대표이사
  • 승인 2018.01.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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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대표이사



 인간의 몸은 왜 평균적으로 36.5도를 유지하는 것일까? 물론 과학적인 해답은 있다. 섭씨 36.5도는 완벽한 밸런스를 갖는 온도다. 36.5도는 세균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요구되는 충분한 열인 동시에, 음식을 쉬지 않고 섭취할 정도로 열량을 대량 소모하는 온도도 아닌 이상적인 온도다.


 지난달 21일 거창 위천면에 있는 세명한방제약을 견학하고 가조온천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오전 김해로 왔다. 가조온천을 출발할 때 온도가 -5도였다. 별생각 없이 히터도 가동하지 않고 운전을 했는데 서진주쯤 왔을 때 심한 한기를 느꼈다. 차가운 겨울 날씨라는 것을 잠깐 잊었나 보다. 모자를 쓰고 넥워머까지 하고 나서야 36.5도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뺏기지 않겠다는 전사가 됐다. 추운 것을 춥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존재의 증명일 수도 있다.

 아마 16살쯤으로 기억된다.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막노동 수준의 일을 할 때 방어진에서 버스로 출퇴근을 했다.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또 만원 버스네!” 요금이 만 원이든 사람이 만원이든 어떻게라도 사람들 틈을 비집고 버스를 타야 한다.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고 잔업까지 할 수 있다. 출근길의 만원 버스는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 여름에는 땀범벅이 된 작업복에서 내뿜는 냄새하고 마음속의 분노까지 겹쳐 호흡이 곤란할 때가 있다. 그나마 겨울은 수많은 36.5도의 온기 덕분에 얼었던 몸을 잠시나마 녹일 수 있다. 세상이 살 만한 것은 섣부른 위안보다는 자신의 체온을 나눠 주는 사람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만원 버스가 좋아진다. 서로 가는 곳은 달라도 함께 동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우리 몸이 뜨겁거나 차갑다면 추위와 더위 중에 적어도 하나에는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체온이 미지근하니 춥고 더운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뜨겁다. 따뜻하다, 시원하다, 차갑다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냉ㆍ온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뜨거움만을 인식한다든지 아니면 차가움만을 알고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편협할지 상상이 간다. 세상 온도의 사계를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인간 세상, 36.5도의 삶이다.

 바깥의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게 따뜻한 체온을 지켜야 하는 항온동물인 인간은 변온동물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양인 대사량, 체온 유지, 심장박동, 호흡 운동, 근육의 긴장 등에 쓰는 에너지가 4배가량 높다고 한다. 체온조절 능력이 없어서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어류ㆍ양서류ㆍ파충류인 변온동물과 달리 항온동물은 끊임없이 열을 만들어 체온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온동물인 사람의 체온은 어쩌다가 36.5도가 된 것일까. ‘과학 동아’ 2002년 3월 호에 따르면 인간이 지금의 체온을 가지게 된 연유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ㆍ메소포타미아ㆍ북인도ㆍ황화 지역의 기후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연평균 기온이 25도였던 이 지역들에 정착하게 되면서, 그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간의 체온이 37도 전후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면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특히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져 체온이 일정하지 않을 때 우리 몸에 비상등이 켜질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체온과 혈압을 수시로 체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몸에 작은 이상이라도 있어서 동네 의원이라도 가면 귀에다 체온계를 밀어 넣는다. 사실 체온은 우리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바로미터다. 체온은 피부 온도가 아닌 심부 온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귀, 이마, 겨드랑이, 직장과 구강 등을 측정할 수 있다.

 구순이 훨씬 지난 어머니는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새벽녘에 잠을 깨곤 한다. 주로 새벽에 일찍 잠을 깨는 이유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 현상이라고 한다. 체온이 떨어지는 새벽 시간에 아프거나 연로한 부모들을 챙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한 사람도 1도 이내에서 수시로 체온이 변한다. 하루를 기준으로 사람의 체온은 새벽 2~5시에 가장 낮고, 저녁 6~8시에 가장 높아진다고 한다. 아침에 다소 정신이 멍한 것도 체온이 낮기 때문이다.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인생에도 온도의 시각차가 뚜렷함을 알 수가 있다. 각자 살아온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20대에서 40대까지는 설 연휴에 고향을 가면 얼음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는데 이젠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다.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외부에서 들어 온 다양한 병원균에 저항하는 면역력이 30%나 떨어진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식이섬유와 유산균의 충분한 섭취도 필수요소지만 체온을 높이는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겨울철에 내복을 입고 넥워머나 핫팩 등을 챙기는 것도 우리 몸의 체온, 즉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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