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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치매
암보다 무서운 치매
  • 경남매일
  • 승인 2018.01.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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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두뇌 활동으로 가족 피해 최소화를
▲ 정영애 금성주강(주) 대표이사

 지난 8일 서울의 한 임대주택에서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던 김모 할아버지(74)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3~4년 전부터 아내의 치매증세가 심해져 혼자 돌보기가 힘들어지자 자녀들과 의논해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병원을 드나들며 아내를 돌보던 김 할아버지는 월 70만 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자녀들이 분담해서 내는 것이 부담스럽고 미안해 자신의 생활비는 호텔 청소원으로 일해 벌면서 혼자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자신마저 치매증세가 보이는 것 같아 고민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A4용지 절반 크기의 종이에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 부부 중 한명이 치매에 걸린 경우 김 할아버지처럼 간병에 지친 나머지 배우자나 부부가 동반자살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치매환자 수는 약 7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 인구 730만 명의 약 10%가 치매 환자인 셈이다. 이제 치매는 노인에게 한정된 질병이 아니다. 알콜성 치매가 40~50대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에게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소맥에 치킨을 즐기는 젊은 층의 증가와 함께 도수 낮은 소주를 즐기는 여성 음주자의 증가는 알콜성 치매 환자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병들고 죽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100세 장수 시대를 맞아 수명은 길어졌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노년을 살아가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암, 치매,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관절질환 등 고질병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삶은 장수가 축복이 아닐지도 모른다.

 생명에 치명적인 각종 암은 의술의 발달과 조기 암 검진에 의한 수술로 치유 성과가 크게 개선됐으나, 치매 환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대선공약으로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러 후속대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의료보험 확대적용 외에 근본적인 예방 치료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치매 환자관리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고 있으나 환자 가족들에게 지워진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다. 가족 중 누군가 치매에 걸리면 그로 인해 겪는 경제적ㆍ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부부 중 일방이나 독거노인이 치매에 걸리면 배우자나 자식들의 절대적인 돌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요양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지만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앞서 말한 김 할아버지처럼 월 70만 원의 병원비는 적은 돈이 아니다. 물론 앞으로 국가가 의료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진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하지만, 당사자나 배우자,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ㆍ물질적 부담은 작지 않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우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치매 상태가 호전돼도 온전하게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곁에서 돌봐 줘야 한다. 잔병에 효자 없다고 배우자나 가족들이 번갈아 돌본다고 하지만 이병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지치기 마련이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웃음과 즐거움이 사라진 생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학계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인류건강의 적인 암은 앞으로 30년 내에 정복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의 발견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암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치매 역시 건강한 삶을 파괴하는 암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예전엔 치매는 나이가 들면 으레 걸리는 질병으로 간주해 그냥 방치해 죽는 날만 기다렸다. 그러나 치매 역시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에 의한 치유 가능성이 향상돼 가고 있다.

 식습관이나 생활방식의 개선으로 치매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들이 연구개발 되고 있다. 특히 치매 조기발견을 위해 혈액, 게놈, 인공지능까지 동원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치매치료제의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의 의학계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치매는 기억 상실로 인한 피아인식 불능이라는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실제 암보다 무서운 만성 질병이다. 언제 기억이 되살아날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 채 기약 없는 내일의 희망조차 걸 수 없는 답답하고 절망적인 질병이다.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평소 소식에 규칙적인 운동, 절주와 금연의 실천, 뇌기능증진을 위한 지적 활동 등을 습관화하지 않으면 아무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 가서 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건전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두뇌활동으로 치매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건강한 삶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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