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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불감증과 뗏법 시위의 만연
안전 불감증과 뗏법 시위의 만연
  • 이광수
  • 승인 2018.01.0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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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무술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수십만 명이 해돋이 명소를 찾았다. 동해안 정동진에는 30만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엔 10만 명이 몰렸다. 그 밖에 강릉 경포대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해돋이 명소에 많은 인파가 몰려 교통통제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제천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강릉소방서 119센터 주차장에 새해맞이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주차하는 바람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입으로는 국가 재난안전대책이 형편없다고 힐난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몰염치와 몰상식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 수준이다. 안전의식이 결여된 사회는 선진국이 아니다 2천100만 대가 넘는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한국은 교통안전 무법지대를 연상케 할 만큼 교통법규는 자동차면허시험 통과용에 불과하다. 좌우 회전 깜박이는 안 켜는 것이 자연스럽고(?), 걸핏하면 경적을 울려댄다.

 커버 지점 5m 내엔 시야 방해로 주차할 수 없는 곳인데도 곡각지점 가로질러 주정차도 다반사다. 터널 입구 병목 지점에서 끼어들기하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생기거나 충돌사고가 빈발한다. 갓길은 사고 시 대피나 구급 차량의 통행로이다. 빨라야 5분 앞서가는데 남의 사정은 아랑곳 않는 파렴치한 운전자들로 짜증 나는 나들이가 되기 일쑤다.

 안전 불감증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감시ㆍ감독을 하는 공무원들은 모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대충 건성으로 현장 점검을 한다. 돈벌이에 눈먼 건물주들은 화재 대피 통로를 막아버리거나 생활공간으로 활용한다. 제천참사뿐만 아니라 대형사고의 대부분은 안전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무원이 위반 사항을 적발해 고발하면 나만 그러냐고 항변한다. 안전 불감증이 사회 저변 곳곳에 매너리즘으로 고착화된 증거다. 뭔가 사고가 터졌다 하면 정부 탓, 남 탓에 데모할 궁리만 한다. 공공의 이익은 뒷전이고 어떻게 하면 동전 몇 푼 더 떨어질까 하는 생각에 철면피한 단체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시골 학생들이 서울의 비싼 방값을 감당 못 해 대학교에서 공동 숙사를 짓거나, 사회복지단체에서 장애인시설을 지으려 해도 인근 주민들이 반대해서 구청에서 허가를 꺼린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그렇게 염원했던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에 이를 거라고 한다. 선진 부국에 비해 5~6년 늦게 도달했지만 명실공히 부자나라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세계 26위)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민의 행동과 의식이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 3만 달러 국민소득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국민들의 행복지수가 OECD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만 봐도 GDP(세계 10위)와 GNI(세계 26위)는 국민 행복지수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다문화 인구의 유입이 있긴 하지만 단일 민족국가로 비교적 사회통제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법을 무시하고 뗏법을 앞세우는 사회 풍조가 만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개정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인데 일부 국민들은 부정방지보다 기존의 비합법적 관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불만을 쏟아낸다. 주로 농수축산물 생산자와 판매자, 음식점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인데 정말 김영란법 때문일까. 내가 아는 꽃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법 제정 전이나 후나 수입에 변화가 없다고 한다.

 경영의 합리화를 꾀할 생각은 않고 김영란법 핑계만 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무원의 87%가 김영란법 유지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공직자들도 이제 부정한 청탁이나 선물을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는 자정 의지의 표현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이다. 그러나 그 원리가 공익을 해칠 때는 정부통제가 개입한다. 요즘 걸핏하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나서는 뗏법 시위가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다. 청와대 국민 여론 수렴창구에 온갖 요구사항이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국정이 포플리즘에 지배되면 법치주의와 공권력은 무력화된다.

 이런 관점에서 안전 불감증과 떼법 시위의 만연은 사회불안의 암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그 위상에 걸맞은 선진화된 국민의식수준의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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