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09 (금)
지역 권력은 도넛보다 더 달다
지역 권력은 도넛보다 더 달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18.01.05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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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만드는 뻔한
스토리에 반전을
덧붙여 유혹하는
‘소설’이 탄생할 곳이
경남 18개 시ㆍ군이다."
▲ 류한열 편집국장

 지역 권력은 도넛보다 달콤하다. 권력을 잡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사람이 사는 강력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권력이 주는 오묘한 매력은 권력을 쥔 사람의 얼굴과 상대에게 내민 손에서 찾을 수 있다. 상대를 낮춰보는 얼굴 각도를 보고 손에 들어간 힘을 느끼면 “아, 이 사람은 힘깨나 쓰는 사람이다”고 바로 알 수 있다. 한 지방에서 힘쓰는 사람은 ‘유지’라는 소릴 들으며 ‘지방 세력가’로 군림한다. 이 얼마나 괜찮은 자리인가.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 후 많은 지역 세력가가 다시 태어난다.

 벌써 지방에서 권력 지도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힘을 내고 있다. 지역신문마다 시장ㆍ군수 출마를 선언하는 많은 얼굴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쌓은 의정 경험을 행정에 쏟아붓겠다”, “모든 공직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 “지금까지 보수세력이 망쳐 놓은 지방 행정을 바로 세우겠다” 등 지역 주민 귀를 솔깃하게 한다. 권력은 처음에 겸손하다가 나중에는 교만으로 바뀌는 속성이 있지만 그래도 출사표에 담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은 지역 주민이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오는 6월 13일까지 전국에 요동칠 지방 세력 판도는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게 전개될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비웃듯 3선에 도전한 자치단체장이 고배를 마시거나, 미약한 힘으로 권토중래(捲土重來)해 권력을 쥐고 축배를 드는 장면도 보게 된다. 고배와 축배 사이로 솟아오른 지방 권력은 양분되거나 삼분돼 4년간 지역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력은 처음에 천사의 옷을 입고 왔다 나중에 악마의 옷을 갈아입는 속성이 있다. 초기 권력은 지역 주민을 품는 시늉을 하다 그 후 지역 주민에 군림하고 나중에는 측은한 모습을 띤다.

 누가 뭐래도 경남에서 펼쳐질 권력 교체가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서 클라이맥스다. 권력이 만드는 뻔한 스토리에 반전을 덧붙여 유혹하는 소설이 탄생할 곳이 경남이다. 자유한국당이 텃밭을 삼은 경남에서 요즘 텃밭 이야기하면 웃는 사람이 많다. 웃는 장면을 뒤로 돌리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맞닿아 있다. 거대한 권력이 부서지면 기생한 권력도 깨지는 게 당연한 이치다. 작은 권력이 거대 권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경우는 새삼스럽지 않다.

 현재 경남 권력 지도에 꽂힌 깃발의 색깔은 단조롭다. 한 색 깃발이 펄럭이는 사이로 다른 색 깃발이 옹색하게 구색을 맞춘 꼴이다. 색깔 논쟁에서 절대적 힘을 써온 측이 수세에 몰려 여러 개 깃발이 꺾일 조짐을 보인다. 그래서 경남 권력의 재편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5개월짜리 연재소설 한줄 한줄에 눈길을 보낸다. 현재 PK(부산ㆍ경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 마음을 두고 있던 사람들이 진보 진영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증거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신년 단배식에서 ‘경남 정권 교체’를 자신만만하게 소리 높였다. 그럴만한 상황이다.

 앞으로 5개월여 동안 펼쳐질 경남의 권력 지도 개편을 즐기고 싶다. 권력을 얻는 과정과 권력이 찌그러지는 과정을 보고 싶다. 아니면 권력이 다시 부활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바라보고 싶다. 달콤한 권력을 누리다 사라지는 이야기는 통쾌하기가 그지없고 음지에서 권력을 잡은 이야기는 대리만족을 얻는데 딱 좋다. 예상을 뒤집는 반전이 나올 때 느끼는 짜릿한 기분은 이야기가 끝나도 여운으로 남는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남 권력 재편을 책으로 다루면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는데 당연히 한 표를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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