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01 (금)
약진하라, 58년 황금 개띠여
약진하라, 58년 황금 개띠여
  • 이주옥
  • 승인 2018.01.02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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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바야흐로 2018년 개띠 해가 열렸다. “58년 개띱니다.” 가끔 나이를 확인할 때 조금은 비장한 어투로 한마디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대부분 남자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순간 좌중은 더 왁자지껄해지며 악수한 손에 서로 더 힘을 준다. 그들이 구체적으로 특별한 수식어를 붙여 나이를 역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대한민국에서 58년 개띠가 역사적, 경제적으로 상징하는 의미와 무게가 그만큼 남다르기 때문이리라. 아니,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그들만의 자부심이며 결의에 찬 말이기도 할 것이다.

 ‘58년 개띠’는 단순한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마지막 효도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로 붙는다. 그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평준화 일명 뺑뺑이 세대, 유신정권의 몰락과 정치적 최대 격변기인 제5공화국 탄생의 역사까지 경험했다. 그들이 어깨에 힘주며 58년 개띠를 역설하는 이유이며 자부심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굴곡의 역사에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로 만 60세, 그들이 환갑을 맞이했다. 60간지의 10간 가운데 개띠 해인 무(戊)가 노란색이라서 황금 개띠라고 명명한다지만 나는 그들이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궁핍과 굴곡의 역사를 헤치고 격변의 시절을 보낸 세대이기에 위안의 의미로 달아주는 훈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득 그들이 끼리끼리 모여 한 잔 술에 녹여내는 소회를 들으며 대한민국 굴곡진 역사의 거대한 물결을 타고 흘러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긴다.

 58년 개띠들은 가장 부대낌이 많은 세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한 덕분에 누렸던 혜택도 만만찮았다. 그들이 30대 중반일 때에는 88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잔치도 있었다. 90년대 초중반, 최고의 경제호황기도 누렸다.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기를 다 누렸으니 결코 운이 나쁜 세대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20~30대일 때는 지금보다 일자리도 많았고 더불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대졸이 아니라도 능력만 있으면 취직은 물론 승진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더라도 대체적으로 호황이었으니 사는 게 지금보다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팍팍한 현실에 직면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부러운 세대이기도 할 것이다. 오히려 격변 역사의 최대 수혜자들이라고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고 더불어 꼰대 노릇까지 했으니 여한 없는 사회생활이었다고 볼멘소리도 한다. 이래저래 분명한 의미는 있으니 그들이 물리적인 숫자의 나이보다 58년 개띠라고 따로 지칭하면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들이 출생한 년도에 우리나라 인구는 9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니 각 분야에 종사하는 58년생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들이 국가나 사회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퇴직예정인 58년생들의 숫자를 합치면 무려 8천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들의 대거 퇴장에 우리나라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선은 일자리 태부족인 현시점에 그들이 나간 자리를 메울 젊은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며 희망적인 일이라고 반색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사회 구석구석에 잠식해있던 구세대의 잔재가 사라지고 세대교체라는 새바람이 불 것이니 일반인들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희망적이고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것, 100세 시대에 그들의 은퇴 나이는 너무 이르다. 이제 그들이 꾸려가야 할 제2의 인생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무더기로 빠져나온 그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가정에 들어가 안주하기에도, 그렇다고 치열한 사회에 다시 재진입하기에도 여건은 여의치 않다. 그들은 별수 없이 낀 세대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일까.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다시 그 끝에서 새로 시작하는 순환의 섭리가 인생살이라고 한다. 분명 그들이 살아온 격변의 시기들은 그들이 자생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을 터이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의연히 헤치고 일어설 것이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58년 개띠들이여.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한번 약진하라. 그리하여 희망을 잃어가는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빛나는 황금기를 선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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