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만든 양반과 상놈
이 시대가 만든 양반과 상놈
  • 이태균
  • 승인 2018.01.02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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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지금 이 시대에 양반과 상놈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너무 낡은 생각이라고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에게 “양반과 상놈은 사라졌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말하겠다. 물론, 보는 이의 눈높이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다음에 열거하는 네 가지 양반과 상놈은 이 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통 사람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첫째, 이 시대는 물질 만능 사회로 가진 자는 가지지 못한 자에 비해 상대적 양반이고, 물질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법원 주변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자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갑질하는 재벌과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금수저나 은수저로 상징되는 소위 특권층과 부유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하다가 매스컴의 집중조명도 받기도 한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듯이 많이 가진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 중 일부는 겉으로는 서민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이익이나 편안함만을 꾀해’ 실제로 보통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속세뿐만 아니라, 사찰에서도 보시나 시주 좀 한답시고 목에 힘주고 주변의 신도들과 스님들을 가벼이 여기는 일부 불자들이 있으며, 교회에서도 헌금 많이 하는 장로나 집사가 목소리 높이고 사는 세상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절이나 교회마저도 물질 만능이 통하는 시대인데 대중들이 얽히고설켜 사는 세간은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둘째, 지식과 기술, 나아가 과학 만능시대에 많이 배우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못 배우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 비해 상대적 양반이다. 특히 일류 대학병과 대기업 직장병이 만연돼 있는 우리 사회고 보면, 가방끈 짧은 사람이 설 자리가 드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많이 배우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아상 없이 자신의 지식을 전해주는 넓은 마음과 아량은 왜 배우지 않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절에서는 법상에 오른 법사가 대중을, 교회에서는 설교를 위해 단상에 선 목사가 성도를 하대하지 말아야 하며, 학교에서는 강단에 선 교사나 교수가 학생들을, 직장에서는 상사가 아래 직원을 무시하면 안 된다.

 셋째, 지위가 높은 자는 낮은 자에 비해 상대적 양반이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남보다 먼저 높은 자리에 앉아 보란 듯이 군림하고 싶은 유혹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출세주의에 깊이 병들어 있고, 심지어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도 많다. 불교계도 스님들에게 언제부터인지 ‘큰스님’이라는 칭호가 남용된 지 오래다. 세수 50 정도 된 스님에게 ‘큰스님 칭호’를 남용하면, 대덕을 갖추시고 수행을 오래 하신 세수 70세 이상의 스님들께는 무슨 칭호로 불러야 되는가? 큰스님과 작은 스님이 있다는 가르침은 어느 경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교회에서도 목사가 교회를 자신의 사물처럼 생각해 교회의 운영이나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소위 갑질을 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직자도 공인이기 때문에 고생해서 일군 교회라고 해도 자신의 사유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넷째, 육신의 모습이 곱고 예쁜 자는 못생기고 날씬하지 못한 자에 비해 상대적 양반이다. 그래서 부모가 물려주신 육신을 성형외과에서 뜯어고치는 것이 유행한 지 오래다. 우리 모두가 자연의 현상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해 보자. 되레 상대방에게 영원토록 아름답고 곱게 보이려면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를 갖도록 해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늘날 핏줄에 의한 양반과 상놈은 사라졌으나 시대가 만든 다른 양반과 상놈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 시대에 폼나게 살려면 양반의 조건을 모두가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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