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07 (목)
“암벽등반은 모든 위기 극복할 ‘힘’ 주지요”
“암벽등반은 모든 위기 극복할 ‘힘’ 주지요”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7.12.28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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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 좋다 사람이 좋다 변정훈 센터장ㆍ장은주 대표<김해 퍼스트클라이밍짐>
▲ 변정훈 센터장이 암벽등반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삼계동 체육관 개업

김해산악회 산하 단체ㆍ회원 150명

경찰ㆍ소방공무원 공시생에게

지구력 등 줘 최고 운동 각광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스릴과 긴장이 가득 감돌고 있었다. 벽에 박힌 홀더를 짚다가 놓친 사람이 매트리스로 떨어졌다. 그러자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며 떨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벽에서 떨어진 사람도, 그를 지켜보던 사람도 모두 “다음번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실내 암벽등반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퍼스트클라이밍짐으로 오면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된다. 김해 삼계동에 위치한 이곳은 지난 2015년 설립됐으며, 100평 규모에 암벽높이 4m가량으로 조성돼 있다. 초등학생부터 40대 전후반 직장인들까지 암벽등반이 선사하는 짜릿함과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하고 있으며, 현재 기준 150여 명의 회원이 포진돼 있어 경남도내에서는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클라이밍은 근력강화와 지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신체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주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좋아요. 실제로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는 엄마들도 많죠. 그리고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는 스포츠입니다.” 변정훈 퍼스트클라이밍짐 센터장과 그의 아내 장은주 대표는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는 회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체육관에는 퇴근한 직장인들부터 곧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것 같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이를 하듯 암벽등반을 즐기고 있었다.

 클라이밍짐은 김해산악연맹에 소속된 산하단체 중 한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변 센터장은 소방공무원이고, 장 대표는 삼승병원 수간호사 출신이다. 특히 이곳은 변 센터장의 남다른 애환을 바탕으로 탄생된 곳으로, 처음 가족들의 무수한 반대가 있었지만,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답게 끈기와 노력을 가지고 가족들을 설득시킨 후 체육관을 운영하게 됐다.

 “대학 1학년 재학 당시 산악동호회에 가입을 했죠. 사실 저는 흰산(희말라야와 에베레스트산 등)을 너무 가고 싶었고, 그것을 준비하던 도중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와 가장 아꼈던 후배의 죽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와 결국 흰산으로 가지는 못 하고, 암벽등반을 즐기게 됐습니다.” 부산 동의공대 재학 당시 산악동호회에 가입했던 것이 산과 인연이 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당시 변 센터장은 김재수 경남산악연맹 회장이 이끄는 해외원정 팀에 발탁이 돼 고층건물 외벽유리창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혼자만의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하다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학시절 아끼던 후배가 죽었고, 최종적으로 신장암을 앓은 것을 계기로 결국 그토록 원하던 흰산원정을 포기해야만 했다. 더불어 손가락 부상으로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그는 그것을 계기로 올바른 직장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한 지 5개월 만에 시험에 합격해 현재까지 12년의 소방공무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

▲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는 변정훈 퍼스트클라이밍 센터장과 장은주 대표는 “클라이밍은 성장기 아이들이 하면 좋은 운동이다”고 추천했다.

 “경남에서 주최한 클라이밍 대회에서도 1등을 하고, 소방경륜대회의 종목 중 하나인 주마링(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훈련)에서도 1등을 하기도 했죠. 그러나 국가대표로 뛰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죠. 그런데 저의 이런 허전한 마음을 우리 큰아들이 채워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내년 인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과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암벽등반을 선호하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체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암벽등반 대회를 매년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변 센터장은 장 대표와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다. 이 중 장남 변진명 군은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른 못잖은 발군의 암벽등반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명 군은 마치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소원을 아들인 본인이 목표를 삼고 있는 듯 지난해 열린 엄홍길배 청소년 클라이밍대회에서 4등을 했고, 도내에서 주최한 암벽등반 대회에 1등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암벽등반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실내와 외벽으로 나누죠. 실내 등반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해도 부상을 입을 염려가 적지만, 산이나 인공암벽이 조성된 외벽암벽의 경우 반드시 전문 장비를 필수적으로 몸에 착용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사고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르고 타다가는 큰 부상은 물론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외벽등반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는 하네스(안전벨트)와 암벽화, 초크(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스프레이), 퀵도르(외벽에 박아 넣은 핀에 거는 고리), 카라비나(하강할 때나 로프를 중간 확보물에 통과시키고 나갈 지나갈 때, 확보물에 몸을 고정시킬 때 등 사용하는 등반장비), 자일(밧줄)이다. 이 중 자일의 경우 클라이밍이나 암벽, 빙벽등반 등에 사용되는 다이나믹 로프와 구조, 산업용 등에 활용되는 스태틱 로프 두 가지가 있다.

 또한 암벽등반 대회에서는 15m 높이의 인공암벽을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높이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리드(Lead)와 15m 높이를 가장 빠르게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스피드(Speed), 안전벨트 착용 없이 4~5m 높이의 여러 코스 중 많은 코스를 완등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볼더링(Bouldering) 이렇게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 세 가지 모두를 규정에 맞게 진행해야 만이 우승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경남권에서 암벽등반하기 좋은 산을 추천해달라 말했다. 그러자 변 센터장은 150개의 루트가 개척된 무척산을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암벽등반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전북 고창 선운산인데, 그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설악산이다.

 더불어 그에게 가장 존경하는 암벽등반 선수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변 센터장은 “김자인 선수예요. 암벽등반을 하려면 키가 커야 한다는 선입견을 완전 깨버린 선수죠. 153㎝의 신장으로 어찌 그리 잘 타는지 볼 때마다 감탄스럽습니다. 새해 첫 계획이요? 설악산 빙벽등반을 회원들과 계획했어요. 우리 회원들과 시원하게 등반 한 번 올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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