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32 (목)
도시, 새로운 삶과 문화로 바라보다
도시, 새로운 삶과 문화로 바라보다
  • 이덕진
  • 승인 2017.12.28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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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르코르뷔지에 그의 저서 ‘건축을 향해(Towards a New Architecture)’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 도시는 새로운 기술과 건물에 의해 분열될 것이다.” 새로운 삶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새로운 사회 공동체 생활방식에 기인해야 하며 도시 분열 현상을 지양해야 한다. 현재의 새로운 삶은 현재는 물론 미래 도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새로운 소비생활이다. 도시의 소비 공간은 공공생활 전반에 큰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소비생활은 새로운 도시 스타일을 만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다. 현대 도시의 공간 형태는 대부분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문화가 도시 문화생활의 지배자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오늘날 우리는 ‘사물’에 둘러싸여 있다. 사물에 둘러싸인다는 건 달리 말하면 우린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풍요’ 속에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이 풍요롭지 않을 때 평등은 모두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시대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가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고 사람들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두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보다 그걸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소비의 시대에 불평등, 과소비, 낭비, 그로 인한 공해 등은 너무나 흔한 말이 됐다. 구매 행위는 현존하는 공공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인의 가장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행위다. 현대 사회ㆍ도시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구매는 도시 생활 전반을 지배하며 새로운 ‘식민지’ 구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역사성이 강한 도심은 물론 교외, 크고 작은 도로변, 기차역, 박물관, 병원, 학교, 관광지, 인터넷 세상은 물론 동네와 시골까지 구매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 영향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가상공간이다. 원자 시대가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순간 우리는 인터넷 세계를 만났다. 디지털 라이프는 기존 물리적 세계의 명확한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이에 따라 도시 공공생활의 상당 부분이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옮겨가고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초과 실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PC 통신 등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대량의 정보가 교환되고 공유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상공간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등을 통해서도 접속될 수 있으며, 현실 세계에서와 같이 대화, 편지 주고받기, 쇼핑과 은행 업무는 물론 가상의 화폐를 이용한 상거래, 휴식과 여가를 즐기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 및 교육 활동까지도 가능하다. 가상공간에서 꽃이나 물고기, 동식물을 선택해서 기를 수 있게 만들어 실제 자연이나 동물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공간은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줄여서 생활패턴을 변모시키고 있다. 가상의 공공생활은 공공 공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동시에 기존 도시 공공 공간의 필요성에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인터넷 공간은 이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존 공공생활을 해체시키고 있다.

 세 번째는 새로운 오락 공간이다. 현대 도시의 디즈니랜드화, 유흥화는 오락 기능이 강화된 도시의 새로운 특징이다. 오락은 추상적인 인생의 이상을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시킨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도시에는 공업, 상업, 농업, 수공업, 의료, 종교 공간을 비롯해 관공서가 모두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화려한 무대 위에 펼쳐지는 수준 높은 공연과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 공연이 똑같이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예술과 사상, 작은 수공예품을 교류하는 열린 공간은 일상적인 동시에 공공생활을 담아내야 한다. 정기적인 휴식과 축제도 필요하다. 전시회를 둘러보거나, 신나게 먹고 마시거나, 여행을 떠나는 삶이 필요하다. 도시 공공공간은 인류의 삶이 펼쳐지는 커다란 무대가 돼야 한다.

 네 번째는 새로운 문화생활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도시문화는 보다 강렬하고 구체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체험 위주로 발전해야 한다. 사람들은 깊이도 핵심도 없는 모호함을 즐기고 일상과는 다른 하루를 체험하길 원할 것이다. 심지어 현실 세계의 기본적인 생활방식조차 거부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오늘날 도시 공공생활 공간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인류는 계속해서 전통 도시를 뒤엎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맹목적으로 쫓고 있는 지금의 유행이 과연 영원히 그 가치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인류가 언제나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듯 도시도 늘 새로운 삶을 만들어낸다. 미래를 꿈꾸는 도시는 언제나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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