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1:57 (토)
후회를 희망으로 만드는 용기
후회를 희망으로 만드는 용기
  • 이영숙
  • 승인 2017.12.25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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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담쟁이 가족상담 부모교육 연구소 소장

 연말이 다가오니 그동안 소원했던 지인에게 새해를 축복하며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받는 일이 잦아진다. 지난날은 돌이킬수록 후회의 감정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지는 해와 새해의 첫날에 떠오르는 해가 무엇이 다른가? 다름이 없는 그 날이 그 날임에도 우리는 선을 긋고 의미를 부여하며 희망이라는 씨앗을 품는다.

 지금보다 좋은 관계를 맺고자 교육장을 찾아오는 부모들 또한 후회의 고백을 한다. 자녀를 양육하며 현재 아는 것들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좌충우돌하는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가득한 하소연을 한다. 후회란 좋은 것이다. 지난 일을 성찰했다는 증거다. 성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회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 이렇게 말했더라면 그때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후회라는 감정은 일상의 어느 모퉁이에서나 배려 없이 불쑥 나타난다. 그때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 또는 억울함 등의 감정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평정심을 깨어버리는 감정들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후회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장면이 다시 연출돼도 똑같은 사고와 언행을 할 것이며 변화와 성장은 없는 삶을 살게 된다.

 흔히 문제아 뒤엔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을 한다. 또는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말도 한다. 이러한 말들 때문에 교육받기를 꺼려하는 부모도 있다. 문제를 직면해야 하는 두려움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교육장에 나오는 부모는 대부분 좋은 상태다. 문제를 직면할 용기가 있다. 두려움을 넘어선 변화와 성장의 욕구를 갖고 있다. 성장의 욕구가 강할수록 후회의 민감도는 높아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나간 것은 다 잘한 겁니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장한다. 후회의 순간이라 기억되는 그때일지라도 그때의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자신을 믿어줘야 한다. 지나간 것을 다 잘한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어찌할 것인가? 이미 지나버린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좋은 부모인지 아닌지는 자녀가 평가한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자녀에게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아이들의 방식으로 현실검증을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키워내려는 부모의 애씀만으로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학대와 방임 또는 지나친 통제를 받은 자녀의 경우라 하더라도 대물림을 끊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내기도 한다. 승리자의 각본을 선택한 자녀는 그러하다. 반대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온갖 지원을 받으며 자랐다 해도 정서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자신의 무능력과 불행을 원망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패배자의 각본을 쓰기 때문이다. 부모의 탓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모교육이 중요한 것은 좋은 부모의 자녀가 승리자의 각본을 쓸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양육했다 해도 일탈하는 자녀가 있을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학대와 방임 속에 자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도 한다. 문제 부모와 문제아가 세트로 묶이는 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건지는 부모의 선택이며 어떤 자녀가 될 것인지 또한 자녀의 선택이다. 자녀에게 죄책감을 갖는 것은 효율적인 양육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부채감이 없어야 한다. 감사한 마음은 가지더라도 미안한 마음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부채감이 클수록 관계의 거리도 멀어진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뿐 아니라 삶의 어느 부분에 후회가 있다면 좋은 것이다. 후회는 과거를 직면했다는 용기며 성찰의 증거다. 살아가며 후회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반갑게 맞이하라.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장면을 가급적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는 해는 후회하며 성찰하고 새 해의 다짐은 희망을 품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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