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읽기로 그리는 희망
미술 읽기로 그리는 희망
  • 김혜란
  • 승인 2017.12.0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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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강좌 중에 조용히 떠오르는 분야가 있다. 바로 미술 읽기다. 주로 그림이 많은데, 동서양을 막론하지만 서양 쪽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긴 하다.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면서 지적 호기심이 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강의 형태도 있고 비전공 학자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전공영역을 넓히는 시도로 하기도 한다. 최근 경향을 따라 인문학 공부의 분야로 설명한다.

 미술이나 그림이라면 직접 그리거나 만들고 제작하는 행위만이 진짜라고 인식된 시절을 길게 살았다. 물론, 그때도 전문적으로 작품을 논하는 평론가들이 있었지만 그들만의 리그였고, 직접 제작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이십여 년 전부터라고 기억하는데, 그림 읽기에 대한 대중 대상의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을 읽는 즐거움에 촉이 있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그런 책들을 찾아 읽고 나름대로 그림도 읽는 홍복을 즐겨 왔으리라. 물론, 그런 책 내용이나 책 쓴 이들은 늘 화가나 작품을 만든 작가, 혹은 미술사가(史家)들을 의식했다. 그림이나 미술작품을 갖고 놀다 보니, 어떻게 놀면 좋을지 파악이 돼서 소개한다는 식의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 노는 일이 작고 하찮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의 뒷이야기와 작품 속 울고 웃는 사람들이 포장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 의외로 감동이 있는 드라마, 또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숨겨놓은 암호 같은 것을 찾아내는 재미도 언급했다. 그런 과정에서 잘못된 해석도 많았고,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거나 왜곡된 경우가 많았지만, 가짜 미술품, 숨어있던 걸작 등까지 찾아내기도 해서, 미술작품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책을 통해서 미술을 먼저 알기 시작한 사람들은 드디어 작품을 보러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고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그 속도는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매우 느리지만, 한번 빠지면 쉽게 포기 못 하는 매력이 있고 이 시절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미술작품들은 아무리 옛 시절에 제작된 것이어도 지금 사회의 현실을 투사하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학창시절 놓쳤던 역사와 과학, 미학과 철학 등의 공부를 자신도 모르게 깊이 있게 하게 된다. 제대로 놀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혼자만 놀고 공부하는 쪽에 가까웠긴 하지만.

 이제는 긍정적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확산되던 미술 읽기는 전공자나 미술에 대한 관심자를 넘어서 최근 추세인 인문학의 관점으로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읽기 위한 공부의 과정상 역사나 철학 쪽도 접근하다 보니, 넓은 범위의 인문학 쪽에 그림 읽기 작업을 넣게 된 것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혼자 아니라 여럿이서 그림이나 작품을 읽어 나간다. 서양 쪽의 경우에는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 국가로 여행까지 다녀오는 격이 높은(?) 미술 읽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동시에 그런 과정을 체계화해서 강의형태로 도움을 주는 그림 읽기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비전공자들이 많은데 학자도 있고 일반인도 있다. 학자들의 경우에는 전공에 갇히지 않고 인문학을 확산시키는 일로 해석했고, 비전공 일반인이면서 다른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술 읽기 강의를 하는 사람은 그림 읽기에서 지적 즐거움을 발견했고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힌다.

 그림 읽기를 통한 진실 찾기 방법을 공유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그림이나 또 다른 미술작품 속 사람들은 물론, 물건이나 표정과 손동작, 혹은 옷차림을 통해서도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말하고 있다. 당시 사회의 역사적 사건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해석까지도 가능하다. 작가가 일부러 숨겨놓은 코드를 찾는 것도 스릴러물 같은 마력을 갖고 있다.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색감과 표현법을 이해하고 사람들의 생각이나 성향도 문자로만 읽는 일 이상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림 속 주인공과 둘러싼 주변 상황까지 해석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눈에 보이는 진실 해석도 더 촘촘하게 해 보거나 확장시킬 수도 있다. 미스터리 같은 일이 많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고 그저 스쳐 지나기도 할 것이지만, 절실히 알고 싶은 누군가의 표정 속 진실 찾는 방법을 그림 읽기에서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본다. 평생 배워야 할 것 같기는 하다. 문득, 우리 지역 미술관의 프로그램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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