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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 해제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 해제
  • 이영숙
  • 승인 2017.11.27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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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숙 담쟁이 가족상담 부모교육 연구소 소장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멋이 난다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결전의 날인 수능일이 추운 건 수험생뿐만 아니라 애타게 응원하는 부모에게도 참 가혹한 거 같다. 더군다나 올해 수능은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일주일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던 당사자들은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다. 그동안의 애씀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우여곡절 끝에 수능은 치러졌다. 활은 시위를 떠났고 결과에 따라 만족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현명하게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해야 할지 전략을 세워야 할 일이 남았다. 목표가 있는 상태에서 학업에 매진했고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면 정해진 방향으로 가면 된다. 목표가 있었지만 결과가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면 학교를 하향지원하거나 재도전을 다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경우는 목표가 없는 것이다. 수능 성적이 상위권이라 하더라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 어느 학교 무슨 학과에 지원한다는 것이 기대되고 가슴이 떨리는 일일까? 학교에서는 유명대학에 지원하길 권유할 것이며 부모는 유망직종의 학과를 지원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 잘못되게 하지 않는다. 말 들어라.’,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혹시라도 먼저 살아냈다는 이유로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녀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로 부모의 권유에 의해 대학을 가게 되면 자녀의 대학 생활은 어떨까? 아들의 경우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딸의 경우도 학업을 중단하고 다시 공부해서 재도전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난감한 경우는 졸업 후에 취업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운 좋게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직장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거나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나아가는 것도 선택이며 잠시 멈춰 관망하는 것 또한 선택이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부모의 맘에 탐탁잖은 선택이라 하더라도 자녀의 선택을 지지해주면 어떨까?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과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녀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자신의 꿈과 도전을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를 자녀는 어떻게 느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무기력한 상태의 자녀를 바라보는 게 답답한 심정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자녀의 탓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길 강요했을 뿐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렇게 산다는 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의 질문에 부모는 답을 할 수 있나? 부모는 부모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자녀가 미래의 두려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수능 당일에 고사장 앞에 내려주고 출근을 하는데 아빠를 다급히 찾아서 차를 다시 돌려갔더니 큰절을 하더라는 어느 기특한 아들의 사연을 뉴스로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난건 나뿐만이 아니지 싶다. 지인은 기숙학원에서 열심히 재수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했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부모에게 미안해하는 아들의 마음고생을 보며 대학이 뭐기에 부모와 자녀 모두 힘들어야 하는지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자녀가 어느 순간 훌쩍 어른이 된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근사한 어른이 돼가는 과정에 있으며 부모 또한 자녀와 함께 성장한다.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고 자녀는 자녀의 삶을 살게 해야 한다. 자녀의 행복이 부모 삶의 일부일 수는 있으나 전부가 되는 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노심초사하는 두려움이 자녀에게 옮겨가게 해서도 안 된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멋이 나는 것처럼 어떤 모습이 부모다운 멋일까? 부모다움의 멋에 스스로 질문을 하고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부모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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