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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절하된 수능 어찌하오리까
평가 절하된 수능 어찌하오리까
  • 김명일 교육행정부장
  • 승인 2017.11.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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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부장

 경북 포항 지진 여파로 일주일 연기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올해 수능 시험은 1994년 도입 이래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여파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돼 23일 치렀다. 지난 1992년 학력고사 문제 유출로 시험이 19일 연기된 적은 있지만, 수능 도입 이후 자연재해로 시험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철통같은 경비와 항공기 이착륙까지 금지하며 여전히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수능은 1994년부터 학력고사 대신 수학능력시험으로 개편 시행됐다. 이보다 앞서 1981년부터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면서 예비고사 성적은 고교 내신 성적과 함께 대학입학 시험 성적에 반영됐다. 1981학년도부터 예비고사라는 명칭이 학력고사로 바뀌어 1993학년도까지 시행됐다. 1981년 당시 예비고사와 본고사 제도하에서 과외가 크게 성행, 학부모들이 학원비에 큰 부담을 느꼈다. 과외 망국론이 대두하자 전두환 전 대통은 국보위 시절 불법 과외 근절 등 대책으로 연합고사를 도입했다.

 수능은 올해 도입 24년째를 맞으며 신입생 선발 비중은 26%로 쪼그라들었다. 전국 대학은 2018학년도 신입생 35만 2천여 명 가운데 약 74%를 수시모집 전형으로 뽑는다. 학생부 반영 비율은 학생부 교과 40.0%, 학생부 종합 23.6%를 각각 반영한다. 정시 모집 비중은 26.3%에 불과하다. 오는 2019학년도 수시 모집 선발 비율은 76.2%로 확대되고 정시 모집은 23.8%로 줄어든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전형 확대는 수능 시험 형식의 신입생 선발은 다가올 미래 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의와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스마트 폰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지금의 수능 시험평가로 길러낸 인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인간과 AI의 대결에서 인간이 기계에 당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다. 스마트폰과 AI, 로봇 등의 진화로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은 필요가 없어졌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고와 기존의 지식을 활용, 융합하는 인재가 필요하게 됐다. 세상은 점차 기계화되고 있다. 따라서 따뜻한 감성과 주변 사람들과 친교를 중시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이 같은 시대에 맞춰 수능 개편을 시도했지만 합의 도출을 못 했다. 기존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ㆍ통합과학, 제2외국어ㆍ한문 등 4개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 하는 ‘2안’을 놓고 권역별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했지만 찬ㆍ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육, 시민단체들은 보수ㆍ진보 단체 가릴 것 없이 ‘1안과 2안 모두 보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능을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처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수학능력시험인 SAT는 미국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꼭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1년에 7번,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에 시험이 진행된다. ‘SAT 논리력 시험’과 ‘SAT 과목시험’으로 구성된다. 대개 SAT이라하면 ‘SAT 논리력 시험’을 말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표준화된 시험이다.

 시험은 비평적 독해, 대수학, 에세이의 3개 영역으로 나눠진다. 만점은 2천400점이며, 에세이가 고득점을 결정한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맞춰 차제에 수능을 미국의 SAT처럼 바꿔 여러 차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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