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딴 주머니 ‘특수활동비’ 딴생각
공직자 딴 주머니 ‘특수활동비’ 딴생각
  • 김혜란
  • 승인 2017.11.22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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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부부 중 한쪽이 딴 주머니를 차고 돈을 엉뚱한 데 쓰다가 부부생활에 위기를 맞는 경우가 있다. 위기를 넘어가려면, 아무리 엉뚱한 일이라 해도 그 전제는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일이어야 한다. 딴 주머니조차 나름대로 기준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가와 국민은 부부보다 더 끊을 수 없는 공생관계다. 어느 나라에 착한 국민이 있어서 국가운영에 세금을 특수하게 쓸 수 있게 했더라도, 공무가 아니라 공무원 개인의 사적인 용도로 쓴 것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길 수 있을까.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활동비를 공무원 사생활에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세비를 받고, 검찰도 마찬가지이며, 다른 공공기관 종사자도 다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으니, 설마 자신들만 아는 방법으로 세금을 공식적으로 착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심이 간다 해서 밝혀낼 방법도 없다. 국민은 본인 먹고살기도 정신없어서 그런 일까지 그들에게 일임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나 검찰 등이 서로를 뒤져서 밝히거나 스스로 실토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었을까.

 특수활동비가 무엇인지 보자.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한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않는 경비’란 말은 아무 데도 없다. 공직사회를 온통 긴장하게 하는 특수활동비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들과 국가정보원의 수장들을 줄줄이 소환시켰고 국회의원을 비롯, 검찰과 기타 공직자들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공직사회 전반에서 특수활동비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는데 회식비, 위로비, 격려금 등은 그렇다 쳐도 쓰다 남은 특수활동비를 ‘개인 생활비’로 쓰면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주 사적인 일을 담당한 이들에게 현금봉투를 줬다는 증언으로 봐서, 국정원에서 상납받은 그 돈, 이른바 특수활동비로 개인 용무를 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라 해도 계좌이체 하면 될 것을 왜 현금으로 보내서 이 의심을 사고 있을까.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월급을 쓸 일이 없어 꼬박꼬박 저축해 놨다고 했다. 자신 월급은 저축해놓고 공적인 업무에 필요한 경비는 공식적인 돈으로 쓰고 거기에 더해 특수활동비라는 세금으로 자신의 사적인 용무까지 해결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통령을 위시한 대한민국 공복들이 국민이 낸 세금을 관행이라며 국민은 모르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썼다는데 자꾸 마음이 간다. 그래놓고 당사자들이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한다. 너도 쓰고 나도 썼고, 이전 정권과 그 이전 정권도 썼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하는 분위기다. 자기들끼리도 치고받는다. TV 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들도 각 당의 입장을 말한다. 역시 자신들은 제외시키고 누군가를 비난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국민들에게는 묻지 않는 것일까. 불안하다. 특수활동비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는 자들이 서로를 봐줄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자기들 스스로를 지키려는 담합도 불사할 것 같다.

 외국에도 특수활동비는 있고, 미국이나 일본 역시 이 특수활동비 때문에 몸살을 앓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유럽은 아니다. 영국이나 유럽 같은 사회에서 특수활동비는 액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부정하게 쓰거나 사적으로 쓰는 일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공직사회 윤리가 확립돼 있다고 한다. 스웨덴의 부총리가 슈퍼마켓에서 초콜릿 등을 사는 데 공공카드로 약 34만 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독일에선 공적인 해외 출장으로 쌓인 항공기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썼다가 정계 은퇴까지 한 정치인도 있다. 영국에선 지방에 사는 국회의원들이 런던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택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 돈을 부당 청구한 의원들이 적발돼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공직자의 어떤 부정행위에도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유럽 정치 문화가 부럽기만 하다.

 해결법은 어쩌면 간단하다. 특수활동비는 특수하게 관리하면 될 일이다. 그토록 엄중해서 국민들이 알면 상처받거나 힘들어서 안 되는 일이라면, 따로 관리하면 될 일이다. 왜 관리를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차하면 공직자의 사적인 용도로 흘러갈 수 있게 여지를 준 ‘냄새나는 돈’을 국회에서 손바닥 마주쳐가며 작정하고 만들어놓은 것은 아닌지, 국민의 마음이 자꾸 비뚤어진다. 세상에 공돈은 절대로 없을뿐더러 대한민국이 당신들만의 천국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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