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봉리단 길
김해 봉리단 길
  • 정창훈 부사장
  • 승인 2017.11.2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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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부사장

 회현동 일대의 김해 구도심이 ‘봉리단 길’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가야왕도 김해, 금관가야의 왕궁 회현동의 봉리단 길은 쇠퇴해가던 구도심에 각자만의 개성을 살린 카페와 식당,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방 등이 마을 공동체의 형태로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김해 한옥체험관 근처에 있는 전통찻집 ‘북소리’에서 귀한 연잎밥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수로왕릉 주변에서 늦은 가을을 만나고 있었다. 만추의 단풍이 어찌나 아름답고 반짝이는지 찬란한 가야왕도의 어느 뒤란에 서 있는 착각을 했다. 한참을 거닐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황숙자 회현동장을 만났다.

 머리만 희끗희끗하지 얼굴은 소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2년 전 이곳 회현동으로 왔다고 했다. 외부업무는 주로 자전거로 다니면서 주민들을 만나 안부도 묻고 교통, 도로, 청소, 가로 정비 등 주민 생활 속 각종 불편사항을 챙긴다고 했다. 어찌나 편안한 모습인지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주민들이 한결같이 ‘동장님’하면서 반겼다.


 가야유적이 많은 회현동은 서상동과 봉황동 2개의 법정동이 있었다. 서상동은 조선 시대 좌부면 소속으로 대기리, 북내리 등으로 불렸으며 봉황동은 우부면 회현리 지역이었다. 1918년 2개 리 모두 김해면에 소속됐다. 1941년 회현리는 봉황대가 봉황정으로 개칭되고, 1947년 봉황동이 됐으며 같은 해 북내리는 과거 좌부면의 서쪽 위에 있어 서상동이라고 했다. 1981년 서상동과 봉황동을 합치면서 과거 이곳에 있었던 회현리의 이름을 따서 회현동이 됐다.

 ‘금관가야의 왕궁 회현동’은 봉황동과 서상동이 봉황대 유적지 일대를 아우르는 곳이다. 김해시는 지난 2015년 이곳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해서 공공디자인 정비 사업을 마쳤다. 분성로에서 회현동 주민센터까지 혜윰길(생각길) 주택가를 따라 봉황대 유적지인 마루길(하늘길)을 돌아 나오면 하늘 문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있다. 연인이 함께 이 길을 걸으면 여의 낭자가 떠난 하늘 문이 열리고 여의 낭자의 마법 같은 능력으로 사랑은 이뤄진다는 곳이다. 연인들은 이 길의 마지막인 패총전시관까지의 다솜길(사랑길)을 함께 걸으면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녹아 있는 길이다.

 한발자국, 한걸음, 한 바퀴 옮기면서 가야왕궁의 향기를 온몸으로 마신다. 가을은 열매가 익을수록 땅으로 떨어뜨리는데 우리는 아직도 세상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있다. 언제까지 무엇 때문에 끈을 놓지 못하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일은 나의 의지로 되는 일도 없다. 너의 뜻대로 되는 일도 없다. 오직 세상의 의지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김해 회현동에 ‘봉리단 길’이 있다면 서울 이태원에는 경리단 길과 망리단 길, 경주에는 황리단 길, 광주에는 동리단 길이 있다. 경리단 길은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번화가이다. 한강의 대표 수상교통 요충지인 마포는 최근 망리단 길 코스가 개발돼 관광 코스로 주목받고 있으며, 망원시장은 평일 하루 7천여 명, 주말에는 2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경주 황리단 길은 대릉원 입구에서 황남초등학교 네거리까지 이어진 700m의 도로와 대릉원 서편 450m의 돌담길을 일컫는다.

 광주 동리단 길은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이어지는 동명동 쪽 골목 입구에서 시작된다.

 고즈넉한 회현동주민센터 입구에서 현순연 통장을 만났다. 언제나 바쁜 걸음으로 강의실을 들어오던 모습이 생각났다. 낮에는 지역에서 마을길 투어 해설사, 마을기자단 교육, 마을길 투어팀 운영과 통장을 맡으면서 야간에는 사회복지학 공부를 한 만학도, 긍정의 꽃이었다. 반가웠다.

 주민센터에 비치된 관광 안내 리플렛을 들고 마을 투어를 나섰다. 리플렛에는 ‘금관가야 왕궁 회현동’이라는 주제로 봉황동 유적, 김수로왕릉, 수릉원, 한옥체험관, 여의각, 서상동고인돌, 벽화소개와 회현리패총 소개와 문화유적과 이야기가 있는 골목 등의 명소 그리고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5일장을 담고 있으며, 맛집 등의 관광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개돼있었다.

 봉리단 길에 있는 ‘봉황 1935’의 허은 주인장은 부모님이 살던 적산가옥을 그대로 물려받아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회현동의 색깔과 문화, 전통을 살려 도시의 활력이 되고 주민 생활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아니다. 우리 삶의 공간을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으로 디자인하는 따뜻한 재생이 돼야 한다.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도 접목하면 어떨까. 봉리단 길이 있는 회현동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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