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18 (금)
청춘이라는 이름
청춘이라는 이름
  • 정창훈 부사장
  • 승인 2017.11.15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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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부사장

 갈수록 사람의 손이 아닌 기계나 시스템에 의해 일선 민원서비스가 이뤄짐에도 정부는 공무원 추가채용과 확대채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불안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를 벗어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이 공직과 공무원이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공무원(public servant)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헌법 제7조에서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라고 규정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선발된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과 국민을 위하겠다는 봉사 정신으로 무장된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봉사와 안정은 그리 잘 어울리는 어감은 아니다. 누구를 위한 봉사이고 누구를 위한 안정이란 말인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대부분이 단지 안정적인 삶을 위해 노량진 땅을 밟고 있다고 하니 젊음도 청춘도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차별이 없다고 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이라면서 직업의 귀천과 차별까지 만들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가 제시한 관료제 이론에서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권위를 합법적 권위라고 했다. 관료는 자신의 신념이 아니라 상관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관료는 영혼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베버는 관료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공무원은 영혼을 가져야 한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에 자꾸만 관심이 간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은 닭장 속에 있는 닭과 같다는 생각이다. 직장이라는 울타리는 자기를 보호해 주는 방패막이도 되지만 자기를 가두는 견고한 철장으로도 작용한다. 조직과 회사에서는 직위나 업무에 관계없이 규정된 울타리라는 우리 안에서 정기적으로 월급을 제공하고 이에 상응하는 노동을 요구하고 있다. 월급은 닭장의 모이와 비슷하다. 닭장 안에 있는 닭한테는 때가 되면 모이가 나온다. 월급에 익숙해지다 보면 월급쟁이가 된다. 월급쟁이가 되면 닭장이 한결 편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어도 시간이 되면 꼬박꼬박 모이가 나오고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닭장 밖을 나온 닭이 야생에서 만난 조류인 비둘기, 꿩, 매, 독수리, 부엉이들은 어떻게 살까. 이들이 살고 있는 산과 들에는 울타리가 없다. 자기를 보호해주는 조직이라는 방패막이도 터전도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스스로 만들고 부딪히고 개척해야 한다. 때가 되면 나오는 모이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기대 이상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안전한 세상을 기대할 수 없지만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자기의 삶을 자기방식대로 결정할 수 있다. 스스로 원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드넓은 들판을 주름잡던 코끼리의 삶도 인간에 의해 제한된 장소에서 갇혀서 사육되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삶도 같은 인간의 울타리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애처로운 삶들이 너무도 많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술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행동, 습관, 가치관, 사고방식의 올무에 걸려 있게 된다.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을 내가 선택한 최선의 길이라면서 그 속에서 꿈과 희망의 올무에 걸려 자유로움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용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올무를 제거하는 길에 도전한다. 역사는 이런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다.

 태국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식이 있다. 숲속에서 몰이꾼들이 코끼리를 입구가 막힌 장소로 몰아서 포획한다. 그러나 아무도 코끼리를 부려 먹을 수 없다. 힘세고 사나운 코끼리를 누가 부려 먹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사람들이 쇠줄 한쪽을 코끼리 발목에 묶고 다른 한쪽은 아름드리나무에 묶어둔다. 코끼리는 힘을 써서 당겨보지만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기를 일주일 정도를 계속하면 코끼리는 포기하게 된다. 쇠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는 포기하고 만다.

 이때쯤이면 사냥꾼들은 코끼리가 덫에 걸렸음을 판단한다. 그러면 서커스단이나 동물원에 팔게 된다. 코끼리를 사 간 사람들은 코끼리를 쇠줄에 그냥 묶어만 두면 된다. 코끼리는 줄을 잡아당겨 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코끼리는 쇠줄이 나무에 묶여 있어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영원히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그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음에도 이미 포기했기에 쇠줄에 매여 있는 것이다.

 그대 이름은 청춘이다. 청춘에는 열정, 패기, 도전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청년 시절이다. 청춘과 성장이 안정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 청춘의 주인공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최선과 열정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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