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35 (토)
생활 습관화 된 독서의 즐거움
생활 습관화 된 독서의 즐거움
  • 이광수
  • 승인 2017.11.12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광수 소설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콜리는 지난 2009년 펴낸 ‘부자습관’에서 부자들의 하루 습관에는 공통된 특정 패턴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번역 출판돼 인기를 끈 자기계발서이다. 대개 큰돈을 번 부자들은 매일 일정 시간을 정해 독서를 즐긴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는 종군전쟁 중에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고 한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사의 갈림길에 임한 전쟁 중에 왜 책을 읽었을까. 아마 전쟁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심을 독서를 통해 안정시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전쟁 영웅일지라도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독서하는 시간을 통해서 심적 안정을 취하고 새로운 전략 전술에 관한 아이디어도 떠올렸을 것이다.

 최근 시사 주간지 타임이 소개한 부자들의 습관 가운데 공통적인 것이 독서습관이라고 했다. 설문조사결과 88%가 하루 30분 이상 독서를 한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고 한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 역시 일에 쫓기다가 잠시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는다. 물론 글 쓰는 일이 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기는 하다. 나는 명색이 소설가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지만 요즘 책방에 나오는 소설책이나 시집은 사지 않고 고전을 읽는다. 의미 없는 말장난과 메타포로 무슨 소린지 모르는 뜬구름 잡는 내용만 나열한 소설과 시는 읽지 않는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도무지 감동 없는 시나 소설을 누가 읽겠는가. 세계적인 큰 부자들 역시 소설이나 시보다 역사서, 자기 계발서, 위인전기,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다고 한다. 나는 요즘 역사서를 많이 읽는다. 고전에 속하는 역사서를 통해서 나의 과거와 오늘의 삶을 반추해 보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대한 안목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의식이 서양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것 같다. 학문 분야에서도 역사학자들이 별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나 경영의 구루라 칭하는 학자들은 대개 역사를 전공했거나 복수 전공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나라 대학의 사학과가 폐과되거나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저하로밖에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역사의식이 없는 젊은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증거다.

 독서인구가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은 사회관계망에 매몰돼 신문 보는 사람들이 드물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 뉴스 등 정보를 접할 수 있겠지만 가짜 뉴스가 판치는 형국이라 그러한 지식과 정보는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신문을 펼치면 세상만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문은 컴퓨터나 TV처럼 눈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기삿거리는 스크랩해 두면 글쓰기의 밑바탕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중앙지와 지방지 2부를 꼭 구독해 왔다. 신문 1부를 보면 한 달에 책 열 권 이상을 읽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기자들이 취재해서 쏟아내는 지식정보는 복잡다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훌륭한 생활지침이 된다.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신문기사는 신간 광고와 토요일 게재되는 신간 안내 서평이다. 서평을 꼼꼼히 읽어보고 메모를 한 후 다음 날 서점에 가서 읽어볼 만한 책인지 여부를 가려 한 주에 2~3권을 산다. 내가 거처하는 방 셋이 책으로 넘쳐난다. 생활의 주 공간인 안방도 이제 반 이상 책이 점령해 버렸다. 가끔 안부 차 들리는 아들과 며느리가 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쌓여가는 책들을 일별한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저 많은 책들을 사 모았다가 돌아가실 때 어떻게 하려나 걱정하는 눈치다. 나는 가끔 나와 가까운 지인에게 감명 깊게 읽은 새 책의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낸다. 한번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물론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에게만 권한다. 일에 쫓기다 보면 민감한 정치이슈나 경제기사는 보지만 서평란은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유명 저자의 저서에 대한 북 콘서트가 자주 열리고 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주로 하지만 TV 심야프로그램에서 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나는 심야형 인간이라 안성맞춤이다. 성인들이 주로 야동을 즐길 시간에 나는 책을 읽는 셈이다. 책 속에는 온갖 삶의 지혜와 교훈들로 가득하다. 돈벌이 수단과 기술,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처세술, 마음을 안정시키는 정서순화, 기억력을 좋게 해 치매도 예방하는 등 일석 다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 가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사람의 옆모습을 보면 참 멋있다. 바쁜 일상 가운데 틈을 내어 책을 가까이할 때 느끼는 즐거움은 독서가 생활습관화 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