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09 (목)
아동 바른 성장 도울 부모교육 필요
아동 바른 성장 도울 부모교육 필요
  • 김숙현
  • 승인 2017.11.08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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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현 SAS영재아카데미 원장/김해시 학원연합회 감사

 지난 토요일 오후에 아동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유아지만 환자 보호자는 엄마나 아빠 또는 엄마 아빠 양쪽이 다 따라나서서 북새통이었고, 선생님 한 분만 남아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데스크에 조카를 접수시키고 몸무게를 재고 화면에 대기 번호를 확인하니 21번이었다. 토요일 오후 시간에 오면 조금은 한산할 것이라는 계산은 오산이었다.

 홀에 있는 의자에서 책이라도 읽을까 했는데 유독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 구석에 놓인 책장에 책을 뽑아 집어던지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가 있었다. 그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잔뜩 화가 나 있고 욕구불만을 표출하고 있었으며 심상찮은 모습에 ‘보호자는 없나?’ 하고 둘러보니 맞은편에서 또 다른 아이를 안고 이미 지친 엄마는 아이와 같은 톤으로 소리를 지르며 대응하고 있었다. 결국 어디선가 “조용히 좀 시키지”라는 질책 섞인 말이 들려왔고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엄마는 아이에게 달려가 때리고 한 손으로 팔을 잡아당겨 질질 끌고 와 유모차에 앉혔다. 아이는 자지러지며 울어대고 엄마의 분노는 더해진 듯 안고 있던 아이를 들쳐 업고 유모차를 몰아 병원을 나갔다. 복도로 나간 엄마는 분풀이하듯 유모차에 실린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가겠거니 했지만 엄마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랑 실랑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죽어라 자지러지는 아이와 분노를 어찌할 바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냥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 아이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애기 엄마, 한 발 물러 서 있어 봐요. 내가 달래볼게.” 엄마를 먼저 아이와 분리시키고 “나도 연년생 키워봐서 애기 엄마 힘든 거 알아요. 많이 힘들죠?” 이 말을 하는데 눈물이 고였다. 아마도 연년생 키우며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힘든 상황이 이 거칠고 무지해 보이는 애기 엄마에게 클로즈업되고 감정이입이 된 듯했다. “아가, 속상해? 울지 마. 내가 도와줄게” 하며 안으려고 하자 더 자지러지는 아이를 손도 댈 수 없었다. 왜 이러냐고 물으니 휴대폰 때문이라고 했다. 버릇은 집에서 고치고 지금은 울음부터 그치게 하자고 하며 휴대폰을 주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엄마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건네고 그것을 받아 든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무엇인가 열심히 보았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제발 말을 해”라고 했다.

 모자 관계가 회복된 듯싶어 병원으로 들어와 진료를 받고 나가는데 휴대폰을 보며 유모차에 혼자 있는 그 아이를 발견하고 엄마가 올 때까지 함께 해 줄 요량으로 유모차 옆에 엉거주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해 말을 걸었다. 고무 인형으로 된 상어를 어항 속에 넣으면 상어가 살아서 움직이고 어항이 바다로 변해 많은 물고기를 만나는 동영상에 푹 빠져 아이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눈길 한 번 내게 주지 않았다. “말을 해”라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 엄마가 진료실에서 나오고 우리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약국으로 가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육아 스트레스로 감정조절이 안 되는 엄마, 28개월이 됐지만 의사표현방식에 말이 없는 아이를 보며 분명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다.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 아빠에 대한 원망은 부부 관계도 그려졌다.

 우리 시대 가정의 한 단면을 봤다. 엄마도 아이도 모두 상담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리고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대중 앞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줬던 휴대폰을 뺏고 그것을 수용하지 못한 아이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울어대고 병원에 비치된 책을 집어 던져도 그 행위를 침묵으로 인정해주고 함께 소리 내며 자기감정만 표출하는 엄마, 문제의식이나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엄마를 보며 그 개인을 질타하고 싶은 마음보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발견했다. 우리 사회에 ‘부모 매뉴얼’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가 돼 임신우울증, 산모우울증, 육아우울증을 겪게 되고 육아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질병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가정의 문제로 또는 사회의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그런 가정의 자녀는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고 문제 행동을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동학자들은 유아기 잘못된 행동이 고착돼 그것이 청소년기가 돼 방어기제로 형성되고 성인이 돼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문제행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그들의 자녀는 또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될까.

 저출산 시대, 많은 국가 예산을 들여 출산을 유도하고 장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동기 밝고 건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출발은 ‘부모교육’이고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다. 올곧은 부모에게 올바른 사랑으로 절제와 조절을 배우고 서로 소통하는 아이들이야말로 사회 속의 일원으로서 예절과 겸손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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