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6:31 (금)
아름다운 선택
아름다운 선택
  • 이주옥
  • 승인 2017.11.07 19: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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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흔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인간의 능력은 상상할 수 없는 무한대일 때가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발휘되는 능력은 거의 신의 영역을 넘어서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도저히 인간이 침범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불가항력의 영역이 있다. 절대적으로 신의 영역으로 밀어놓을 수밖에 없는 것, 바로 생(生)과 사(死)다. 태어나고 죽는 것만큼은 절대 인간의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신의 영역이라고 밀쳐놓은 것에 언제부턴가 인간의 개입 여부를 고민하는 일이 대두됐다. 바로 죽음의 선택이다. 태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할지라도 어쩌면 죽음은 선택의 권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존엄사, 다른 말로는 웰 다잉이라 칭한다. 인간의 존엄성, 즉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재의 가치가 있고 그 인격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의 하루하루가 과연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것인가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생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리고 예고 없이 다가오는 만큼 한 번쯤은 이를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설왕설래였던 연명 의료 결정법이 내년 2월에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품격 있는 죽음의 권리라는 대명제 하에 종교계를 필두로 찬반양론이 치열했다. 하지만 점차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면서 실행 여부는 투명해지고 있는 듯하다.

 안락사. 일반적으로 안락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공급이나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현재 논란인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유사하긴 하나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지만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정의한다. 잘 죽는다. 잘 죽고 싶다. 의외로 무거운 주제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와 살다간 최후는 죽음이고 그 죽음의 모양이 어떠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해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살아생전 부귀영화 누리며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사람의 초라한 영정사진 앞에서 오래전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있다. 먼발치서 바라보기에도 두려울 만큼의 권세를 부리던 사람이 말년에 행려자로 떠돌다가 겨우 보호소에서 무연고자로 거둬 치러주는 장례식, 내가 그리 많지 않은 나이였는데도 사람이 잘 살고 잘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에 빠졌고 혼란스러웠다.

 100세 수명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죽음은 더 가중되는 부담을 주고 있다. 그저 오래 산다는 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활동이 없는 긴 수명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민을 주게 될 것인가는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죽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낫다는 생에 대한 개인의 집착부터 죽음은 삶의 모든 것으로부터 끝난다는 자연의 섭리까지 죽음은 극단적일 수밖에 없기에 더욱 진지하다. 잘 산다는 것이 무조건 오래 산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여건 조성이 자식들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관심 사항이 되고 있다. 가정마다 노인부양 문제나 건강을 잃은 후의 케어 문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특정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의료 발달은 어쩌면 인간 수명 연장의 가장 혁혁한 공로인지 모르나 생의 아름다운 마감을 위해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일까. 자의적으로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그저 목숨의 연명은 본인은 물론, 주변인까지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다. 태어남은 어떻게도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라도 나의 죽음을 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선택인지 모른다.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잘 죽는다는 것, 떠나는 순간 내 자신에게도,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 수 있는 여유와 자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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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2017-11-08 02:41:20
인간의 장기가 이식되면 장기 제공자의 수명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생명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사는 연합생명체인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통일장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오른 과학자들도 이 책의 이론에 반론을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면 그들에게 물어보거나 이 책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