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48 (목)
아무리 그래도 사람 발길 묶어서야 …
아무리 그래도 사람 발길 묶어서야 …
  • 이병영 제2사회부 부장
  • 승인 2017.11.06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병영 제2사회부 부장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남지부 노조에 소속된 시외버스 업체 25곳의 기사 2천400여 명은 지난 3일 오전 4시부터 파업에 돌입해 시외버스가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남지역의 버스 파업으로 인해 부산서부터미널, 마산 남부, 합성동, 진주터미널로 운행하는 시외버스 1천840여 대가 전면 운행을 중단해 출ㆍ퇴근과 업무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묶여 버스터미널마다 대혼잡을 이뤘다.

 이에 경남도는 파업으로 불편을 겪는 12개 시군에 전세버스 70여 대를 긴급 투입했다. 또한 개별 협상을 완료한 시외버스 1곳과 창원과 김해지역 시내버스, 공동협상 대상 업체가 아닌 양산과 고성, 창녕, 산청 지역의 시내, 농어촌버스는 정상 운행됐다. 택시부제와 승용차 요일제도 전면 해제하고, 출ㆍ퇴근 시간대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시차 출근 또는 등교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키도 했다. 그러나 전세버스도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고 사람들은 거금을 들여 택시를 이용하거나 열차를 이용키 위해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불편은 막지 못했다. 거기다 꼼짝달싹도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버스터미널에서 행여 버스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향해 택시 호객행위를 하는 기사들이 나타나고 있어 정말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었다. 버스 기사들의 파업 이유는 이렇다. 그동안 버스 노사는 지난 7월 28일부터 6차례에 걸쳐 임ㆍ단협 협상을 진행했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여부 찬반 투표에서 95%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임금 7%(14만 5천470원) 인상, 현행 만근 일수 21일을 20일로 근무 일수 1일 단축 등 4개 사항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질 않아 결렬됐다. 사측이 지난 1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 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오는 16일까지 중재 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중재 조정을 기다리질 않고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부산서부터미널, 마산남부, 합성동터미널을 찾은 사람들 중 버스운행중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경험했다. 이에 기자도 지난해 10월께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인해 부산의 모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이후 퇴원을 해 아직까지 병원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해 지금까지 먹고 있다. 하필이면 시외버스 파업날인 지난 3일 진료예약이 돼 있어 창원시 진동면 집에서 오전 9시께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남부터미널로 출발했다. 파업 전날인 지난 2일 각종 매체의 뉴스를 보고 3일 오전 4시부터 경남지역 시외버스가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지만 “설마 버스가 전면 운행중단이 되겠는가?”라는 짧은 생각에 집을 나섰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마산남부터미널에 가보니 모든 버스가 운행을 중단한 채 서 있었고 안내원이 버스 운행 중단 사실을 설명했다. 할 수 없이 마산역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비싼 택시요금을 내고 부산까지 대절을 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마산역에 도착하니까 부산으로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에 몇 대 없었다. 대합실에서 35분을 기다려 오전 11시 5분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을 결려 구포역에 도착해 병원으로 향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문제였다. 부산서부터미널을 두 차례에 걸쳐 찾아가 확인해 보니 버스는 운행하질 않은 채 터미널 내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엄청난 사람들이 버스운행중단에도 불구하고 대합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혼잡을 이뤘다. 또다시 사상역으로 향했다. 이때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었다. 마산행 열차의 막차가 오후 6시 56분, 그것도 입석이었다. 하는 수 없이 3시간 30여 분 동안 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려만 했다. “이건 아니다. 누구를 위해 이런 고생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속을 스쳐 가고 있다. 물론 사람들을 각 방면의 목적지까지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기사들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그만큼 대중교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평상시에 노사와의 원활한 관계, 행정당국의 업무의 정당한 집행, 감시 등 3박자가 잘 어우러져야만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행정당국에서 발송하고 있는 안전 안내문자를 사전에 보내 사람들이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해 갖은 고생을 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이번에도 다른 행정기관은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한 적이 없는데 유일하게 고성군에서만 지난 3일 오전 9시 7분께 “도내 버스업체파업으로 인해 고성군 경유 시외버스가 운행중단 중이나 지역 내 고성 버스는 정상 운행 중이오니 참조 바랍니다”라고 기자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이날 안전안내문자를 보낸 고성군청의 담당 공무원에게 다시 한번 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시는 이 같은 볼썽사나운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행정기관의 발 빠른 행정집행과 감시 및 조치, 노사 측의 입장 수시접촉, 의견조율 등 노사 간의 불합치한 일이 없게끔 행정기관과 함께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