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공간 재활용한 문화공간
유휴공간 재활용한 문화공간
  • 이덕진
  • 승인 2017.11.0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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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21세기는 국가 간의 경쟁 시대에서 도시, 또는 각 지방 간의 경쟁 시대이다. 획일화해 가는 지역들 속에서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은 도시 활성화를 위한 기초조건이기도 하다. 각 도시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갖기 위해 지역의 이미지를 브랜드화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문화공간을 통한 이미지 창출 및 개선은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뚜렷한 대외적 이미지를 지니지 못한 지역일수록 문화공간 조성을 통한 이미지 창출의 효과는 크다.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의 폐해로 낙후된 도시의 이미지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공간 조성은 도시의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까지 구축할 수 있다. 그 공간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 및 경관을 변화시키고 도시인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끼친다.

 그러나 최근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여가생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보다는 아름다운 도시와 살기 좋은 도시,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 정체성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시환경조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도시 생활의 질을 판단하는 지표로 문화, 스포츠, 레크레이션, 쇼핑,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문화시설의 수준, 국제적인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결국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도시로서의 지향점은 다양한 문화적 공간 존재 여부이며,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20세기 성장시대의 마인드에서 탈피해 도시란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도시를 가꾸고 다듬고 관리함으로써 아름답고 깨끗하며 다 함께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관 형성 및 관리를 도시 행정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는 지금 도시의 브랜드화를 위해,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보존, 재생시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만드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문화공간은 도시의 브랜드화를 창출하는 좋은 수단이다. 즉, 도시 브랜딩은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적극적 행정 서비스로 나아간다는 근본적인 목적과 함께 지역의 문화자원을 브랜드화해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지역 마케팅 도구이다.

 최근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도시재생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건축물은 단순히 기능적 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시간의 연결고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과거의 건물이나 장소를 통해 그 당시 유행했던 건축 디자인과 기술, 재료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상징물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의해 그 의의가 부여된 것들이 많다. 또한 역사적 의미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작은 지방의 의미 없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지역주민들의 기억 속에는 각기 다른 일상과 기억의 장소로서의 의미가 부여된다. 하물며 인간은 자신들이 살던 작은 동네의 골목과 놀이터를 추억하고 기억으로 삼는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일상들에 대한 시간적, 역사적 의미는 건축물 또는 공간에 내포돼 사람들에게 인식돼진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일수록 건축물은 역사적, 사회적 유적지로서 인식돼 사람들과 소통하는 상징적 메시지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성과 상징성은 사람들에게 보편적 가치로 작용될 때 국가나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된다.

 테이트 모던은 산업시설을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활용해 그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는데, 특히 지역주민들의 기억을 중시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재생의 효과를 보고 있다. 독일의 졸버라인이나 뒤스부르크에서는 지역주민의 노동과 생산으로서의 삶의 현장이 현대가 돼 새로운 지역의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은 부모와 자식 간, 또는 지역과 지역 간의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지역주민의 소통 공간이 된다. 더구나 졸버라인 탄광의 수직갱도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할 만큼 역사적, 건축적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 일터의 현장이 오늘날 창작과 전시, 공연, 학교 등의 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이미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시설들을 전쟁이나 화재와 같은 재해와 우리들의 무지로 잃어버렸다. 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활용해 시대에 맞는 공간으로 재생시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다. 문화지수가 높다고 인식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자긍심을 갖게 된다. 실제로 테이트 모던과 같은 미술관은 세계적인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이 관람객 수의 70%를 차지할 만큼 영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은 테이트 모던과 같은 문화공간을 놀이터 삼아 산책하고, 데이트하고, 미술품을 감상하는 데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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