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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 감싸는 커피의 섬세한 맛 ‘힐링’ 부른다
혀끝 감싸는 커피의 섬세한 맛 ‘힐링’ 부른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7.11.01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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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 인사이드 맛으로 승부한다 김해 포레스트커피
▲ 김지형 포레스트커피 대표가 본막 직화로스터기로 로스팅한 케냐 AA 원두를 하리오 드리퍼로 핸드 드립하고 있다.

핸드 드립 원두 고르기부터

맛 고민 직화식 로스팅 고집

“다양한 산지 제품 만족 커”

김지형 대표 8월 문 열어

 맛에 대한 고민이 차이를 낳는다. 즉 맛을 추구하는 장인은 특유의 손맛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미각을 자극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커피도 장인의 손맛을 많이 탄다. 우리 생활 안에 깊숙이 들어와 문화로 자리를 잡은 ‘커피’, 그중에서도 철학이 담겨있는 바리스타의 손맛을 추적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에 조금이라도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와 동행한다.

 “핸드 드립은 커피의 다양한 맛을 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그 풍부한 향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포레스트커피’(김해시 인제로 427)에 들어서면 ‘오늘은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카페라테를 마실까’란 고민보다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케냐 AA, 에티오피아 등’ 메뉴판을 가득 채워놓은 핸드 드립 원두를 고르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포레스트커피는 다양한 핸드 드립 메뉴로 혀끝을 감싸는 커피의 섬세한 맛을 선사한다. 김지형 포레스트커피 대표는 지난 8월 1일 카페 문을 열었다. 이곳은 숲(forest)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휴식(rest)을 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모두 힐링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통한다.

 이 카페가 추구하는 맛은 무엇일까. 그 고민의 결과물은 직화식 로스팅을 고집한 김 대표의 선택에서 엿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단맛과 바디감을 가장 우선시한다”며 “그래서 직화를 선택했고, 중배전 로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두를 볶는 과정인 로스팅은 크게 반열풍, 열풍, 직화식으로 나뉜다. 바람을 이용하는 다른 방식과는 다르게 직화는 불과 원두가 직접 만나 원두를 볶는 것이 특징이다.

 “직화는 반열풍, 열풍과 다르게 불 세기 조절만 잘하면 단맛을 더욱 잘 뽑아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잘 다루면 단맛과 깊은 풍미를 잘 살리지만 불과 직접 닿기 때문에 다루기 까다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 김지형 포레스트커피 대표

 “자칫 잘못 다루면 겉만 타버리거나 덜 볶여져 떫은맛이 나오기도 하죠.”

 직화로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선 원두와 친해져야 한다. 다양한 변수 등 모든 상황에 대응할 줄 알아야 하고 결국 일관된 맛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직화는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방식이다.

 “직화 로스팅은 예전부터 일본이 유명했죠. 제가 듣기론 일본도 반열풍식을 선호하다 최근 다시 직화로 돌아오는 분위기라고 하더군요.”

 다도 문화가 발달한 일본은 장인정신과 커피가 만나 한국보다 일찍 커피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하리오, 칼리타, 고노는 일본의 대표 핸드 드립 기구 3대 회사다.

 핸드 드립이 받는 오해의 시선도 존재한다. ‘핸드 드립은 너무 쓰기만 하다’는 편견에 김 대표는 “처음부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필요가 없다”며 “핸드 드립 커피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고소한 맛이 많이 나는 콜롬비아나 엘살바도르를 추천한다”고 답했다.

 김지우 큐그레이더(커피 감별사)는 “포레스트커피는 본막 직화로스터기로 로스팅을 하는 곳으로 여러 산지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스페셜티 등급의 에티오피아 함벨라, 코체레 등 올해 수확된 해콩들이 준비돼 있었다. 주로 자몽, 피치, 허니, 풋사과 같은 신맛과 단맛, 견과류의 고소함까지 더해져 균형 잡힌 맛이 일품인 카페다”라고 평했다.

 김지형 대표는 언제부터 핸드 드립 커피에 푹 빠졌을까. 핸드 드립 커피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시절 단골 카페였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 곳은 구은순 커피 공방이었다고 한다. 지난 2012년 8월 29일. 그는 그 날짜도 정확히 기억해냈다.

 “그날 구은순 선생님이 내려주신 에티오피아 시다모 구찌.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해요. 살구, 복숭아, 베리 향을 내는 그 커피는 뛰어난 산미와 단맛을 머금고 있었죠.”

▲ 김해 포레스트커피 전경.

 김 대표처럼 커피 맛을 깊이 이해하는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커피를 읽어내는 그들의 미각에 항상 놀라웠다. 김 대표는 그런 면에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과일을 많이 먹었는데 그때 기억하고 있는 다양한 과일 향과 맛이 지금 커피를 하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행도 어렸을 때 많이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맛도 어릴 때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이 과연 기억에 오래가는가 보다.

 한편, 커피에 관심이 많다면 주목해야 할 소식이 하나 더 있다. WBC(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2017)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제16회 서울카페쇼 내 대회장 COEX Hall D2에서 열린다. 김 대표도 “WBC 같은 큰 대회를 포함해 브루잉, 로스팅, 커핑 대회들이 더욱 활성화돼 커피가 일반인에게 더 친숙하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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