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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섬’은 독립, 고립되면 ‘섬’
‘스스로 섬’은 독립, 고립되면 ‘섬’
  • 하성자
  • 승인 2017.11.0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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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자 김해시의원

 세계는 섬으로 구축됐다. 대륙 자락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만 육지로 닿은 땅을 반도(半島)라고 부른다. 반도라 부르는 지리학적 명칭은 대륙적 시각의 오만이 아닐까. 대륙 또한 대양 위에 드러난 거대한 섬일 뿐이다.

 거대한 섬 6대주 자락에 ‘발칸’, ‘이베리아’, ‘크림’ 등 수많은 ‘반도’ 그중에 한반도가 있다. 남북을 합쳐서 한반도(韓半島), 북쪽이 차단되니 완벽한 섬이 되는 대한민국이다.

 인간 또한 섬(island)이다. 애초에 엄마 뱃속에서 우리는 섬(The island)이었다.

 정아은의 소설 ‘잠실동 사람들’을 읽었다. ‘맹모잠실지교’, 소설에 나오는 잠실동 특권층(?) 사람들은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통일된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런 부류들이 규합한 고급 아파트는 사람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그 속에 또 다른 욕망을 분출하는 섬들이 별도로 생겨나고, 이주민들의 상대적인 열등감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갉아먹으며 아이들을 위축시키는 활화산이 돼버린다. ‘자녀교육’이라는 맹목만으로 찾아 든 대단지 아파트 엄마들이 형성한 가정, 그 울타리에 소속된 남편과 아이들, 그 주변 사람들의 내면과 일상을 파고든 소설은 흥미로웠다.

 금권의 너울로 인해 생성되는 포말 때문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해변은 조마조마하다. 부드러운 모래(인정)가 점점 사라진다. 인간성을 비웃는 이안류는 참인간 양성이라는 이성적 가치관을 자꾸만 걷어가 버린다. 황새를 뒤쫓는 뱁새의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그럭저럭 현실적 수준에 맞춰져 간다. 보편화된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마어마한 ‘꿈’으로 편재되는 일이고 버겁기만 한 꿈이 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기도 하다. 전혀 버겁지 않다. 돈과 사회적 지위 등 손색없을 모든 조건들을 갖추라고 부추기는 교육풍토는 조금씩 변화하고 변모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많은 분야와 만나게 되더군요. 정치ㆍ경제ㆍ역사ㆍ지리ㆍ건축 같은 학문의 전반적인 분야가 모두 교육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저를 매료시킨 것은 공간사였습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원래 누구의 소유였는가? 그는 어떻게 해서 이곳을 소유하게 됐는가? 의문은 점점 증폭돼 종내는 해방 전후의 사회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힘들의 우열은 어떻게 결정됐는가? 그 과정은 정당했는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일상의 시공간들이 갑자기 커다란 물음표로 다가왔고, 저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 사이를 넘나들며 울고 웃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 정아은 작가의 말 인용

 우리 동네는 어떤 동네일까? 소위 잘난 사람들의 오만과 못난 사람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열등의식을 삼키는 블랙홀은 아닐까? 성장하는 도시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생존의 물 위를 부유시키며 흥성거리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도시 블랙홀의 자기장은 인간과 인간 속에서 인간이 없는 특별한 무인도를 조성한다. 건조한 사회는 특별한 풍토를 조장한다. 혹시 우리가 아이를 고립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교육의 가치가 과장되고 왜곡되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승마 선수 정유라에게 제공된 힘과 어마어마한 재화로 인해 그 불법적인 것에 국민이 분노한 지난해의 충격파는 어떠했던가? 부모가 만든 사회의 욕망들이 그 사회의 아이를 챙챙 감아 만든 똬리가 되는 교육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교육은 때로 콘크리트 빔(beam) 같이 견고하면서 때에 따라 뱀(snake)같이 유동적이다. 욕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풍토는 파랑을 조작하고 파고는 높다.

 대입시험이 곧 다가온다. 학생들이 인간으로 설 수 있는, 스스로 설 수 있는 한 방법으로서의 입시, 즐거운 스트레스를 받는 입시가 되면 좋겠다.

 “모든 것은 일상적인 것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일상이 문제이다.”

- 문학평론가 서희원

 ‘스스로 섬’은 독립이겠지만 고립되면 ‘섬’이 되기에 (문무학 시, ‘섬’ 참조) 김해시와 교육청이 함께 하는 ‘행복학교’는 동네에서 아이가 고립되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데 있다고 나는 믿어 본다. 그럼에도 행복학교 가운데서 문제를 놓치지 않는 우리의 시선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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