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50 (토)
개는 개일 뿐이다
개는 개일 뿐이다
  • 윤만보
  • 승인 2017.11.01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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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만보 전 진해경찰서장

 개, 이른바 반려견이라 부르는 개가 이웃집 주민을 물어 죽인 일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보도 매체에서도 연일 한껏 흥밋거리로 다루고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개를 물지 않지만 개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물게 돼 있으니까 생겨난 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당연한 일이 벌어졌는데 뉴스거리가 돼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 주인이 유명 연예인이어서 그런 것일까? 개에 물려 죽은 사람이 유명 식당을 운영하는 재력가여서 그런 것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1천만이 넘는 시대에 함께 살고 있다. 동물병원이 성업 중이고 개에 대한 진료비가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고가다. 개 호텔이 생겨나고 개에게 예쁜 옷을 입혀서 치장을 시키고 개의 생일파티도 열어준다. 개 전용 매장이 생기고, 개 장난감ㆍ개 먹이 장사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른바 펫(pet) 산업이 호황을 이루는 시대다. 개에 대한 애정도 사람과 차이가 없다. 입맞춤을 하고 스스럼없이 자신을 개 아빠, 개 엄마라고 호칭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반려견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개를 그냥 개로 취급하려는 사람도 많다. 이웃집의 개 짖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아무 곳에서나 쏟아낸 배설물에 불쾌감을 느껴야 하고, 느닷없이 쫓아와서 으르렁대서 기겁을 하고… 그런 사람 눈에는 개의 무례함(?)은 바로 분노의 대상이다. 그래서 견주에게 항의라도 하려 하면 ‘뭐 개가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고, 그런 것도 못 참느냐고, 우리 개는 훈련이 잘 돼 있다고, 예방 주사를 맞혔다고, 물지 않는다’라고 하며 오히려 상대를 이상하다는 듯 인정머리 없는 옹졸한 사람으로 여기려 든다. 싸우기 싫어서 대꾸를 안 할 뿐인데 오히려 당당하다.

 우리는 주변에서 반려견을 동반한 사람들과 얼마든지 어디서든지 마주친다. 안고 가고, 아기처럼 유모차에 태워서 가기도 하고, 목줄로 매어 몰고 가기도 하고, 그냥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견주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도 만나고 공원에서도 만난다. 심지어 다중이 운집하는 경기장에서 보고 마트에서도 만난다. 그러다 보니 개로 인한 시비와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개로 인한 사고로 다쳐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호송된 건수가 2천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중 반려견에 물려서 병원을 찾은 사람도 500여 건이 된다 한다. 실로 놀라운 통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 개 주인도 그렇고 이를 단속할 관계기관에서도 그랬고 단속 근거를 마련해야 할 국회의원도 견주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방치를 해뒀다. 그랬다가 이번처럼 결국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3년부터 반려견에 물려서 사람이 죽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그 치료비도 10억여 원에 이르렀다 한다. 그중에 3억 원은 견주가 치료비를 보상하지 않아서 법적 다툼도 진행하고 있다 하니 그동안에 내 이웃의 반려견 문제에 사회가 너무 관대하게 대처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을 가지고 개에게 책임을 맡길 일이 아니니 개를 속박하고 시비할 일이 아니라고 반려견에 대해서 무한한 애정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현실적인 위험은 견주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개가 일으킨 결과이니 개에 대한 단속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개에 목줄을 하고, 입마개를 하고, 훈련을 하고, 예방주사를 맞히는 일 등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개에게는 익숙지 않은 환경이나 낯선 사람을 접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짖고 무는 것은 본능적인 일이다. 배변할 장소를 구별해 일을 본다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개는 개일 뿐이다. 더 이상 개가 사람을 물어서 화젯거리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람의 안전과 일상의 평온을 위해 개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반려견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더 사랑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반려견 애호가들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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