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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벗’ 하나 있었으면
올가을 ‘벗’ 하나 있었으면
  • 김성곤
  • 승인 2017.10.23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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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곤 교육학 박사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중략)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이 가을 문득 도종환 시인의 ‘벗 하나 있었으면’ 하는 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난 21일, 22일 2017 김해시평생학습과학축제와 책 읽는 도시 김해 10주년 북 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80여 개의 다양한 부스들이 마련됐고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삼삼오오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아 책과 관련된 부스들을 돌아보며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북 페스티벌 못지않게 실속 있게 부스들이 많이 마련돼 있었다.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가의 방, 자신이 좋아하는 시 구절이나 좋아하는 책 속 문장과 지인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엽서에 적어 우편으로 보낼 수 있는 가슴에 새긴 한 구절 부스, 김해 서적조합 부스에 마련된 다양한 책들과 독서동아리들 그리고 그림책 속 주인공 돼보기, 헌책의 무한 변신, 동화책 퍼즐 만들기, 독립출판 부스 등 다양한 부스가 있었다. 독립출판이란 제작자가 책의 기획, 편집, 제본, 유통, 마케팅 등 출판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스스로 진행해 출판하는 형식으로 내가 하고 싶은 주제, 제목, 표지, 내용으로 책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독립출판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아주 얇은 웨딩북을 비롯해 여행북 등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과 내용의 책들로 구성돼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기관들이 부스를 운영하며 행사 참여자들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었다.

 우리 김해는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작은 도서관, 우리 동네 서점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의 고향에는 학교 도서관밖에 없었다. 도서관에는 학생 수 만큼이나 적은 수의 책들이 꽂혀 있었고 나는 도서관의 책을 다 읽고 난 후 학년마다 새롭게 받아보는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다. 특히 국어 교과서와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 등은 나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글을 몰랐던 어린 시절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던 것처럼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고 또 읽었다. 고등학교 때는 용돈으로 삼중당 출판사에서 출판한 작은 포켓 문고를 사서 한국문학 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을 읽었다. 오히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전공 관련 서적은 많이 읽었는데 교양서적들은 많이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책을 친구삼아 가까이하고 좋아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울 때도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 매일 밤 동화를 읽어 줬다.

 내가 쓴 몇 편의 논문들은 모두 독서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이다. 좋아하는 분야인 독서를 연구하기를 잘 한 것 같다. 가끔 유치원, 초등학생, 다문화 아동, 중고등학생, 부모들과도 독서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기도 하는데 지식적인 도움보다 정서적인 안정과 소통하는 시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또한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삶의 따뜻함을 배울 수 있기를 소망하며 책을 친구삼아 외롭고 힘들 때 책에서 읽었던 그 한 구절이 우리 삶의 지표가 될 수 있기를, 책 속의 주인공이 고난을 헤쳐 나가 삶의 희망을 찾듯 우리도 희망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한다. 독서치료사인 나는 책이 주는 마음 치료와 정서적 안정의 효과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책은 우리 모두에게 영혼의 안식을 주는 친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잠 못 이루는 밤, 벗이 그리운 밤이면 나는 여전히 책 하나를 꺼내 든다. 흔히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고,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한다.

 당신에게는 진정한 벗이 있으신가요? 밤이면 간간히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또 가만히 벗이 그리워진다.

 이 가을 그런 벗 같은 책을 읽으며 우리의 영혼이 아름답게 영글어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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