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1:32 (금)
도청ㆍ교육청ㆍ도의회 수장의 바른 처신 기대하며…
도청ㆍ교육청ㆍ도의회 수장의 바른 처신 기대하며…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7.10.22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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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이형기 시인의 낙화)’.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은 피고 져야 하지만, 이별과도 같은 낙화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 이런 삶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있을 수 없다.

 경남도ㆍ도의회ㆍ교육청도 일상의 분명함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근원은 기관장 처신의 엄중함에서 비롯된다.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후, 이들 기관장들의 형태는 ‘소통과 협치’를 달고 사는 듯하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협치, 소통도 신뢰에 기초하지 않으면 ‘뜬구름’이다. 또 기관방문과 티타임이면 충분 하련만, 걸핏하면 갖는 오찬, 만찬에 이어 구태의 산물인 끼리끼리 갖는 체육행사는 더욱 기대할 게 없다. 과정을 유추할 경우, 스마트 시대에 아날로그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폼 잡고 나대는 모양새란 여론에도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셈법을 달리하겠지만, 원칙 없이 주도권만 잡아 보여주려는 행적일 경우, 아류(亞流)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단초는 뜬구름 잡는 협치 카드다. ‘숙의 민주주의’로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도의회가 꺼낸 의제부터 난센스다. 1천600억 원에 달하는 세입세출문제를 지사 궐위 중에 해치우려는 배경이다. 또 추세라지만, 급식확대 건도 시장ㆍ군수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강원도교육감은 지원받아야 할 단체장을 찾아 고교까지 확대한 반면, 경남교육감은 발품은커녕, ‘예산을 지원해주면 중학교까지 확대 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대세인 급식문제를 볼모로 한 처신이 아니라면, 주체인 교육청이 타 기관 예산으로 생색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남도만이라도 주도적으로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답’은 도긴개긴이다.

 경남도정은 비전 제시는커녕, 현안 해결도 없이 요란하다. 또 각종 행사 참석에는 주말, 휴일이 없다. 각종 위원회 신설지시, 특정 단체 요구에 의한 인력 채용, 전담조직 신설 등도 문제다. 소통이라지만, 특정 기관단체들만 참석하는 화합의 장은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방식이어서 또 다른 불통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래는 없고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한듯하지만 진격구호는 요란하다.

 도청 직원과 관계기관장들의 일탈에 따른 구속 등 긴급체포 등에 대한 대처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권한대행은 연대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영상회의까지 개최했지만, 어느 시대를 살아가기에 연대책임을 언급하는지 난해하다. 직원의 일탈에 대한 연대책임이라면, 도의 최고 책임자인 권한대행부터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야지, 애꿎은 부단체장이나 실ㆍ국장 연대책임은 다소 지나치다.

 그리고 지방분권 전도사를 자처하면서도, 도의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새로운 방안을 구상하지 않고, 시군자치권을 지나치게 관여하려는 모습은 지방분권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중앙집권에 의한 행정체제에 젖어있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도청, 교육청 도의회 등 ‘경남 미래’를 담보해야 할 기관들의 수장은 경남도민들의 눈높이가 어디쯤인지를 가늠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현안을 협치, 소통으로 재단 또는 포장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관장들의 정치적 부담보다 훗날 도민들이 그 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찬, 만찬, 축구 등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을 한다지만, 지사궐위 중 처신이 엄혹한 시대 ‘바보들의 행진’은 아닐지라도 뒷말이 무성하다면 곤란하다. 경남도민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나대지 말고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을 기대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난 듯 ‘경남의 새 역사’를 쓰려고 하면 모두가 힘들다. 어떤 단체장 선거에 나갈지 벌써부터 부산한 발걸음을 보니 괜한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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