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26 (금)
가을 산의 보석, 송이버섯
가을 산의 보석, 송이버섯
  • 정창훈 부사장
  • 승인 2017.10.1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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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부사장

 버섯은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라 해서 능이, 송이, 표고를 맛과 향에서 최고로 간주하고 있다. “송이는 졸깃거리는 질감과 소나무의 향미가 있다. 산 중 고송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소나무 기운과 영혼을 빌려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소개된 송이에 대한 설명이다. 동의보감은 이어서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맛은 소나무 냄새를 포함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가을에 ‘자연산 버섯 음식 축제’가 열린다. 천혜의 자연을 품은 민주지산 자락 상촌면의 민주지산과 물한계곡은 천혜의 청정 자연자원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이곳의 산야는 사시사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특히 가을이면 송이, 능이, 싸리버섯, 가지버섯 등 야생버섯이 많이 채취되는 버섯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고향의 산야를 지키는 동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힘들게 송이를 채취했는지 알지 못했는데, 거의 마지막 송이버섯 산행에 처음으로 동행했다. 혹시나 지각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해서 귀여운 아이들을 못 보면 운동을 하고 오는 것이고, 아이들을 만나면 기쁨은 배가 된다는 마음으로 송이버섯 채취에 동행했다.

 송이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순부터 나기 시작해 10월 중하순까지 약 40여 일간 딸 수 있다.

 버섯을 따기 위해선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가야 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가려면 긁히고 찢기고 잡고 매달려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으로 주위를 세밀히 살피고 코로도 솔향을 감지해야 한다. 버섯은 노력을 따지자면 사 먹는 편이 훨씬 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덤불과 비탈을 헤매면서 송이버섯을 발견했을 때 희열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송이가 귀족 버섯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송이는 일단 생장 조건부터가 까다롭다. 물과 공기, 토양, 기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특히 자생하는 곳 또한 20~60년생 소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소나무는 땅바닥 가깝게 그물 같은 실뿌리가 형성돼 있는데, 그 뿌리 마디를 따라가며 자연송이의 포자가 피어난다. 토양도 주요 생장 요소인데,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이 제격이다. 너무 건조해도, 늘 축축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중요해 정글 같은 어두운 숲속, 낙엽이나 솔잎이 너무 많이 덮여 있는 땅에서는 송이가 잘 나지 않는다.

 송이는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문외한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송이는 같은 장소에서 매년 자라는데 이를 송이밭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가 알고 있는 송이밭을 절대 알려주지 않아, 옛말에 송이밭은 자식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송이는 채취하는 방법도 까다롭다. 여동생은 송이 채취에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 손으로 뿌리를 살며시 잡고 막대기를 송이의 대 바로 옆 부분에 꽃아 살짝 들어 올려 채취해야 하고, 반드시 부드러운 흙을 덮어 어린 송이와 균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송이버섯은 4등급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1등품은 길이가 8㎝ 이상이고 갓이 전혀 펴지지 않은 것으로 선별한다. 물론 가격도 가장 높다. 2등품은 6~8㎝ 길이에 갓이 1/3 이내로 펴진 것을 칭한다. 맛과 향에서는 1등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길이가 6㎝ 미만이거나 갓이 1/3 이상 펴져 버린 것들은 3등품으로 구별된다. 이것들은 ‘생장정지품’ 혹은 ‘개산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외 기형으로 자랐거나 파손된 송이, 벌레 먹은 것과 물에 젖은 송이는 등외품이다.

 적송림에 자라면서 자연의 향기를 뿜어내는 송이버섯은 은은한 솔향과 식감, 삿갓 머리 모양으로 가을 버섯 중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산에서 바로 딴것을 가볍게 뿌리만 손질한 뒤 얇게 썰어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음식에 대한 유별난 취향을 자랑하는 일본인들의 송이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송이 드셨습니까?”라고 묻는 게 품위 있는 계절 인사라고 한다니 송이를 찬미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칸방에 살다가 올해 집을 지어 이사를 오면서 동생 부부가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송이를 채취하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막대기라고 한다. 얼마나 많이 가지고 다녔는지 손잡이는 반질반질했다. 가볍고 단단해 산을 오를 때는 지팡이로 쓰이고 가시덤불을 헤쳐갈 수 있는 길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자연을 많이 안다는 건 축복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자연은 한 방에 가르쳐준다. 자신을 진심으로 찾는 사람에게 보여준다고 하는 송이는 가을 산의 귀한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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