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08 (금)
비우고 버리고 심플하게
비우고 버리고 심플하게
  • 이영조
  • 승인 2017.10.16 2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요즘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유행이고 대세다. 이 말은 삶 자체를 미니멀하게 만들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일은 상당히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비우자, 비워야 한다는 말은 일반 대중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구도자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비우고 버려서 삶의 무게를 줄여나가자 말과 함께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열풍처럼 번져가고 있다.

 왜 지금에 와서 버리고 비워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물질적인 풍요로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풍족함은 이제는 오히려 짐이 돼 정신과 우리 가슴을 짓누르고 더 많이 가져도 이제는 신명 나는 감흥이 전해지지 않고 오히려 답답함이 가중된다. 가지면 무엇이 좋고, 또 비우면 무엇이 좋은가, 현대인들은 그 해답을 건강에서 찾고 있다. 버리고 비우며 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버리고 남길 것인가. 철 지나고 몸에 맞지 않는 옷, 1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이라면 과감히 버리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불도 버리자. 찬장에 가득 채워놓은 그릇도 버리고, 불필요한 가구나 가전제품까지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내어보자.

 버리려고 할 때 망설임이나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우므로 얻어지는 홀가분함을 느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의 저자 아즈마 가나코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늘 모자라는 돈, 불안한 장래, 그럼에도 옷장과 수납장에 넘쳐나는 물건, 매일 나오는 쓰레기들, 지나친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 가전제품, 에어컨, 전자렌지, 드라이기,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마저도 없는 자신은 세탁기 대신 빨래판을 썼고, 가루비누,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세안 세제 등 각종 세제는 고형비누로 해결한다고 했다. 한달 전기료가 500엔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나친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잡동사니를 버리고 자연의 순리를 이해해 보자고 말한다.

 얼마 전 TV에서 아파트에 근사한 식탁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식탁을 놓기 위해 2천500만 원에 상당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가구들이 차지하는 면적을 계산해보면 족히 33㎡(10평) 이상이 필요하고 이 공간을 만드는 비용은 1억에서 2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허리띠 졸라매 집을 장만하고 텅 빈 집에 채움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다 보니 살림은 늘어나고 집은 자꾸 작아지고 경제적 여유는 찾을 수 없고 늘 부족하다.

 왠지 찝찝하고 불편한 마음이 짓누른다. 이쯤 되면 살림을 줄이든지 집을 큰집으로 늘려서 이사를 가든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결국 우리는 버리고 비우는 것이 아닌 큰집으로 옮기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실천이 불가능해지면 삶 자체가 재미가 없고 우울해진다.

 여기서 우리는 슬림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 한다.

 ‘몸집 줄이기…’ 다이어트는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가정의 슬림화 역시 다이어트다.

 식탁을 밥상으로 대체하고 공간을 확보하자. 그 자리에 밥상을 놓고 가족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것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은 현재의 집마저도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모든 것이 작아지고 줄어든 삶은 여유로운 마음과 함께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다준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본 그들의 몸에 밴 듯한 작고 검소한 삶은 생활 어디서도 불만스러움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불편함보다는 마음 편안함이 전해왔다. 버리고 비웠더니 오히려 행복이 찾아왔다고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삶의 부피를 줄임으로써 쾌적한 가정환경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하나라도 더 채우려는 마음마저 내려놓는 미니멀 라이프 정신은 경제적 여유와 자유로움으로 채워질 것이다. 최소한의 것만 추구하는 삶, 이제는 실천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