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마을 공간 유쾌한 공동체를 그리다
도시 마을 공간 유쾌한 공동체를 그리다
  • 이덕진
  • 승인 2017.10.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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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ㆍ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우리는 대부분 아파트에서 산다. 아파트는 닫힌 집이다. 하지만 마음마저도 닫으면 정말 아파트는 흔히 말하는 성냥갑 같은 새장일 수밖에 없다. 저녁 무렵 아파트의 놀이터에 나가면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 마냥 즐겁다. 놀이터에서 같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만나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한번 인사를 나누면 인간관계가 생긴다. 아빠들끼리는 동네 호프집에서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하자는 인사말이 오간다. 아이들이 노는 사이 무료한 엄마들은 서로 동네 이야기나 아이들 교육문제로 정보를 나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도시의 모습이다. 이렇듯 남과 관계가 맺어지면서 나의 세계가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으로 커져 나갈 때 그것을 ‘공동체’라고 말한다. 이웃이라고 하는 공동체는 이렇듯 관계의 장이다. 한번 형성된 공동체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공동체 내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편이 갈리기도 하고, 오해로 인해 관계가 왜곡되기도 한다. 소통의 문제가 생기면서 공유와 공존보다는 단절과 편견이 삶을 지배하게 된다. 흔히 왜곡된 관계의 중심에는 자신만을 위한 삶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도 한다. 환경변화로 인해 이상기온과 자연재해 등이 증가하고 도시와 사회 구조는 복잡해지고 인간의 관계망은 파편화돼 소통이 단절되면서 예측하지 못한 각종 범죄와 위험 요소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웃집에 사람이 죽어도 몇 달 만에 발견되는 등 홀로 노년을 보내다 쓸쓸히 고독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역할과 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고독이다.

 장수마을을 조사한 서울대 노화고령화사회연구소의 분석결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의 장수마을로 유명한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천, 담양)’의 장수 요인이 기후나 자연, 지형이나 특정한 물리적 환경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수의 요인은 바로 마을마다 강하게 남아있는 공동체 문화 덕분이었다. 어디에 특별히 의존할 대상이 없는 노인들이 자립적으로 일을 챙기며 상부상조하는 이웃 문화가 바로 장수의 비결이었다. 또한 이들 마을에는 노인회ㆍ부녀회ㆍ청년회ㆍ동갑계 등 소모임이 다양하고 모임마다 회원 간의 유대가 매우 끈끈하다. 그러나 도시의 일반적인 생활 모습은 어떠한가. 아파트나 다가구 등 공동주택이 대부분으로 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더 좁아졌지만, 층간소음 분쟁이나 고독사 등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가치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동체는 사실 모호한 개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개념화하고 있다. 그중에 몇 가지 형태를 요약하면, 첫째는 공동으로 소유권을 갖는 특정 장소에 모여 사는 특정 무리의 사람들, 둘째는 공동의 종교나 인종이나 직업 또는 그 외 공동의 성격을 갖는 특정 무리의 사람들, 셋째는 사고방식과 관심사를 공유ㆍ공동으로 가진 상태 등을 말한다. 인간 공동체에서는 믿음ㆍ자원ㆍ기호ㆍ필요ㆍ위험 등의 여러 요소를 공유하며, 참여자의 동질성과 결속성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공동체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충성심을 느끼고, 그룹으로 뭉쳐서 계속 일하고 타인을 돕고 참여자들은 공동체 안의 일들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 공동체는 참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거나 도움을 청하거나 자세한 정보를 원함으로써 특정한 필요 요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는 ‘열린 마음 만들기’, ‘참 주민 만들기’, ‘어울려 사는 즐거움 만들기’,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동네만들기’, ‘공유와 공존의 삶’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공동체 만들기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공동체 만들기 중심에는 주민으로서 ‘사람’이 놓여 있다. 공동체 만들기 주체는 사람이며,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유ㆍ공존과 소통의 삶이다. 공동체 만들기는 주민이 주체가 돼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 공동체 양식 또한 개인이 함께 의무를 나눈다는 의미인 면(面相) 대 면의 직접 접촉을 중시한다. 공유와 공존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심 갖기와 관계 만들기가 우선돼야 한다. 개인이 모여야 공동체가 형성된다. 개인의 유쾌하고 즐거움이 공동체에 전달되는 공동체를 대부분 사람들은 원한다. 여기서 ‘유쾌하다’라는 단어는 라틴어 ‘살다’라는 의미의 vivre(살아있다)와 관련 있다. 이는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고 자유의지로 흠뻑 젖게 만드는 힘이다. 유쾌함은 협동과 보살핌, 자유의지에 대한 관심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 개념이다. 나는 ‘유쾌한 공동체’를 주장하는바 이다. 또한 ‘유쾌하다’라는 말은 공감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일의 시작을 ‘공감’에 두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폐쇄적인 시각을 고집하며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보다 타인을 더 많이 배려하고 보살피는 문화를 만들고 싶을 경우, 공감이 필요하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 선조들처럼 한 동네에서 상부상조와 자급자족의 형태로 유쾌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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