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2:34 (금)
당신은 산에 왜 오르는가?
당신은 산에 왜 오르는가?
  • 정창훈 부사장
  • 승인 2017.09.2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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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부사장

 단풍의 계절이다. 가을은 우리들의 발걸음을 산으로 이끈다.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바라보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고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곳은 산이다. 산은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변화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미 생활 1위는 등산이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한국인들의 산사랑은 유별나다. 산은 자연과 함께하는 부담 없는 여가 생활의 장소이자 건강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한 달에 1번 이상 등산하는 우리나라 인구는 1천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각자의 취미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경남교육청 이균욱 서기관은 규칙적으로 등산과 수영을 한다고 했다. 등산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산에 왜 오르는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곤란해 망설일 것이다. 그것은 언제, 누구와 어떤 산을 무슨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대답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균욱 서기관은 “등산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인내심을 기르고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첫째는 겸손이다. 산을 오를 때 우리는 한 번에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시작한다. 등산을 하는 곳은 순간순간 다른 자연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흔히 산을 삶에 비유하곤 한다. 어렵게 오르지만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고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점에 우린 동감한다. 정복감과 더불어 자신을 낮추고 겸손함을 배우는 과정이 등산의 묘미이기도 하다.

 둘째는 인내다. 등산은 인내하는 예술이고 마력이다. 일상의 삶에서 우리가 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를 할 때도 인내가 필요한 것처럼, 숨이 차더라도 한걸음 한 걸음 인내를 가지고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을 오를 때 맞닥뜨릴 수 있는 장애물들은 시장의 등락이라는 변동과 비슷하다. 매달 정기적으로 꾸준히 장기 투자하면 등락을 겪을 수 있지만 끈기만 있다면 결국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등산도 절대적 인내가 필요하다.

 셋째는 건강관리다.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다. 생명의 가치나 건강의 책임은 개인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힘든 등산을 하고 난 뒤 우리의 뇌 속에선 행복감을 느끼는 베타 엔돌핀이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우울한 사람도 고된 등산 뒤에 만족감이 크게 향상되는 치료 효과가 있다. 인간은 자연에 더불어 공존해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다. 자연과 함께 살 때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적절한 관리도 할 수 있다. 흔히들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 목표를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꾸준히 내딛는 발걸음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라고 말했다. 정상에 선 찰나보다 오르는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정상에 선다’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만년 설산 위에서 붉은 등정 복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태극기를 높이 흔드는 모습, 혹은 1, 2, 3위의 단상 중 가장 높은 곳에서 금색 빛깔 메달을 목에 건 사람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 우승의 트로피에 키스하는 장면도 있다.

 사실 등산의 어려움은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등산은 외적으로는 위험하고 격렬한 육체 활동이지만 그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주관적인 내면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등산은 산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어려움과 맞서서 얻는 깨달음이다.

 등산의 세계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이, 산의 높이보다 산에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제대로 등산하는 사람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며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정상은 어디에 있을까? 정상의 사전적 정의에는 잘 알려져 있는 ‘산 따위의 맨 꼭대기’ 외에도 그 이상 더없는 최고의 상태가 있다. 전자가 물리적 의미라면, 후자는 심리적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 정상은 최고의 자리뿐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순간까지 포함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오늘을 보냈다면 그 하루가 바로 인생의 정상이다. 내가 선택한 인생의 산을 묵묵히 오르면서 곳곳에 숨겨진 참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고 산에 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산에서 느끼고 배우고 체험하는 겸손, 인내와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산을 오르는 이유를 제대로 안다는 것이다. 더불어 언제나 산 정상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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