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0:52 (토)
리더십 없는 민주당 지도부
리더십 없는 민주당 지도부
  • 이태균
  • 승인 2017.09.21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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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추미애 대표가 이끄는 집권여당 민주당의 체면이 구겨지고 말았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동의 결과는 여당도 놀라고 야당도 놀란 이외의 결과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지만 사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라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거니와 취임 후 국민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은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라고 간과한 것이다. 혹여라도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는 헌법의 삼권분립 규정상 형식적이고 성가신 절차의 하나쯤으로 여긴 것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당을 경시하다가 큰코다친 것이다. 이번 국회의 표결 결과로 김 헌재소장 후보자는 낙마했고, 만약 김 대법원장의 국회동의가 부결될 경우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법 개혁은 모두 헝클어진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 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대표에게 전화해 김 후보자의 임명 동의 협조를 요청할 만큼 중대 현안이 됐다.

 김 헌재소장의 동의가 부결된 후에 과연 정부ㆍ여당은 정신을 차렸을까. 하지만 아직도 자신들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는 연일 야당에게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면서, 국회 부결을 철없는 아이의 ‘억지 쓰기’ 정도로 넘기려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덧붙여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 국회와 야당을 향해서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유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결론적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동의안을 통과시켜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의 화법상의 문제인지는 아리송하지만 마치 국회에다 통과시켜 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치(協治)는 야당이 대통령의 정책이나 ‘개혁’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닌지.

 우리의 국회사를 되돌아보면 여소야대의 국회는 지난 1988년 이후 경험한 바 있거니와 특히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집권여당이 과반수를 넘기고도 야당에게 발목을 잡혀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던 정책들이 입법 미비로 시행되지 못한 것이 많았다. 이제 와서 여ㆍ야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내가 하면 로맨스고 상대방이 하면 불륜처럼 말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정책이 외관상 좋게 포장돼 있을지라도 야당은 속내까지 파헤쳐보고 특히 차후에 우리 국민에게 미칠 영향까지 면밀하게 검토해본 후 입법을 하든지 국회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을 야당이 정부와 여당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현재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여당이 여당 몫을 못하고, 야당이 야당답지 않은 게 가장 문제다. 누가 뭐래도 국정 운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져야 한다. 인사가 잘못돼도, 예산안과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책임은 집권여당의 몫이다. 그런데 걸핏하면 여당은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자성보다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게 덮어씌우기에 급급하다. 문 대통령의 인기도 식어가는 판에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정부가 내 길을 간다는 건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다. 정치를 하다 보면 여당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고 야당의 판단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더욱이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는 협치가 절실하며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게 민주정치다. 어떻게 하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집권 여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런데 여당인 민주당은 책임감이 부족하다. 야당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향해 야당을 비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 것처럼 생각한다. 국민과 역사를 상대로 정치하겠다는 건 독재자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아니면 상대적으로 책임이 가벼운 야당들이 보일 수 있는 모습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분발해야 한다. 정권교체의 절박함도 없이, 제1야당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다. 앞으로 보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구상과 전략, 의지도 약하다. 눈앞의 자그마한 이익과 낮은 목소리로 고정 지지층으로부터 박수받으며 자만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지금은 야당 같은 여당, 여당 같은 야당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협치는커녕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집권당 대표라면 국회를 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다. 더구나 원내대표는 협상의 당사자다. 그런데도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국회로 복귀하도록 달래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원내로 복귀한 야당을 향해 “책임을 묻겠다”고 힐난했다. 이러한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협치를 들먹이며 야당을 비난할 수 있을까.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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