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39 (토)
김해 명소 5곳 사진 찍으러 떠나 볼까요
김해 명소 5곳 사진 찍으러 떠나 볼까요
  • 허균 기자
  • 승인 2017.09.21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후의 노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인생샷’ 누른다
김해시가지 한 눈에 ‘장관’ 일몰 시간 전 도착 준비 오후 5~6시 촬영 타이밍
▲ 김해시 어방동에 위치한 분산성의 노을을 담기 위해서는 오후 5~6시, 일몰 시간 전에 촬영하는 것이 좋다./ 김해 SNS 서포터즈 3기 박치곤
2. 분산성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창밖 하늘은 어제보다 한 치 이상 높아져 있다.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 가을이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먹을거리와 사진 찍을 곳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외지 방문객 수를 늘리겠다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알리기에 혈안이지만 너무 진부하다. 고리타분한 지역의 역사와 재미없는 문화 강요는 여행자에게 피로감만 유발할 뿐이다. 막국수와 닭갈비가 호반의 도시 강원도 춘천을 먹여 살린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경남 김해시에는 막국수와 닭갈비에 맞설 먹을거린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진찍기 좋은 곳은 쌔고 쌨다. 김해시에 널브러져 있는 사진찍기 좋은 곳을 엄선, 소개한다.

 하늘이 두 쪽이 나지 않는 한 서산 너머로 지는 해는 내일 아침 반드시 다시 떠오른다. 해가 뜨고 지는 건, 수만 년 아니 수억 년 동안 지속돼 온 일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노을은 굉장한 특별함이다.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김해시가지를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노을이 그만인 곳, 분산성이다.

 분산성은 김해시 어방동에 있는 삼국시대의 산성으로 둘레는 900m 정도이며 사적 제66호로 지정돼 있다. 바위로 조성돼 있으며 산 위의 평탄한 지형을 둘러서 그 주위에 남북으로 긴 타원형을 이루는 테뫼형으로 조성된 산성이다. 김해 내동과 외동은 물론, 북부동과 삼방동, 주촌의 일부 지역에서도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 곳이다.

 분산성에서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시기와 시간은 가을 녘 해 질 무렵이다. 포인트는 용의 몸 톰처럼 틀어져 있는 성곽을 앵글에 담아내는 것이다. 오늘의 피사체인 당신은 평평한 성곽을 방석 삼아 멍하니 지는 석양을 바라보기만 하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설마 당신이 김태희의 미모를 가졌다 해도 그 미모를 뽐내긴 힘들다. 김해시가지를 넘어가는 석양과 피사체인 당신을 앵글에 함께 담게 되면 전문용어로 역광(뒤에서 비추는 조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석양과 앵글에 함께 잡히고 싶다면 미모 뽐내는 일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한다.

▲ 노을이 질 때 아름다운 김해시가지를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는 김해 분산성.
 굳이 자신의 생김을 알려 사진을 볼 이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싶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노출값은 노을이 지는 배경에 맞추고 플래시 불빛 방향을 피사체의 얼굴을 향해 쏘며 찍으면 노을과 얼굴 생김을 넣을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적목현상이다. 주변이 어두우면 동공이 붉게 찍히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를 이용해 인물사진을 찍으면 동공이 열려 모세혈관이 보이는 경우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플래시를 미리 터트리고 두 번째 플래시를 이용해 사진을 찍으면 된다. 분산성을 오르다 보면 약수터와 쉼터가 여기저기 조성돼 있다. 쉼터에서 시가지를 내려보며 찍는 것도 좋다.

 붉은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분산성의 석양은 ‘왕후의 노을’로 이름이 붙여졌다. 가락국의 왕이던 김수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은 꿈속의 게시를 받고 자신의 낭군이 될 수로왕을 만나기 위해 머나먼 바닷길에 올랐다. 거대한 바다, 거친 파도 속에서 그녀에게 위안이 된 것은 수평선을 넘어가며 자태를 뽐내던 노을이었다. 노을은 오늘의 안녕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그리움으로 붉게 물든다. 허황옥은 가야 왕도 김해에서 마침내 운명의 짝을 만나 수로왕비가 됐다. 허왕후는 그 노을을 잊을 수 없어 처음 이 땅에 발을 내딛던 길이 훤히 보이는 분산성에 올라 노을을 보며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고 인도 아유타국에 대한 그리움도 달랬다 한다. 왕후의 노을은 김해낙동강레일파크의 ‘왕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어 더 의미가 깊다.

 분산성에 오르는 길은 두 곳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동김해IC, 인제대학을 거쳐 가야골프클럽 쪽으로 놓인 도로를 이용하는 거다. 가야골프클럽에 미치지 못해 천문대와 가야테마파크로 좌회전해 진입하면 된다. 그리고 동상동 롯데캐슬 쪽에서 올라오는 비포장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길을 따라 분산에 오르다 보면 허황옥이 아유타국에서 가지고 와 재배했다고 알려진 장군차 군락을 만날 수 있다.

 분산에 올랐다면 분산성의 수축내력 등을 기록한 4개의 비석 충의각과 흥선대원군의 친필 휘호를 간직한 김해 만장대, 정상에 자리 잡은 해은사도 꼭 둘러봐야 한다. ‘김수로’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던 드라마 세트장과 연계돼 조성된 가야테마파크와 천문대를 묶어 구경하려면 하루해가 짧다.

 김해 SNS 서포터즈 3기로 활동 중인 박치곤 씨는 “왕후의 노을을 담기 위해서는 일몰 시간 전에 분산성에 도착해 촬영 준비를 마치는 편이 좋다”며 “대부분 오후 5~6시 정도에 촬영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분산성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사진찍기도 좋지만, 산성이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찍기 힌트: 10㎜, 조리개 F16, ISO 1600, 1/1000초

- ISO를 높여 거친입자로 표현, 강인한 일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