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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엔 독일이 없다…
남해 독일마을엔 독일이 없다…
  • 박성렬 제2 사회부 국장
  • 승인 2017.09.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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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렬 제2 사회부 국장
 지난달 중순경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군내 한 펜션 업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 기자 올해 펜션 예약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하는데 취재를 해보니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펜션 예약률이 눈에 띄게 저조하다며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일이네”라며 피식 웃었다.

 뭐 뾰쪽한 대책이 없을까. 지난달 중순 올여름 관광특수 실종을 염려하는 첫 보도와 이후 해수욕장 폐장 시기에 보도한 피서객 증감 추이 관련 보도도 사실은 이 제보의 연장선에 있었다.

 시간이 나면 군내 식당이건 펜션이건 관광지 주변 상인이든 택시운전사든 조금이라도 ‘관광’과 연관돼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올여름 장사 어땠습니까?”라고 물어 보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K모 씨(61)는 남해군의 관광지를 ‘낡은 부잣집’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 기사님이 직접 모신 손님들을 태우고 다니다 보면 남해군을 찾은 어르신들은 “30년 전쯤 됐나, 그때 왔을 때랑 하나도 변한 것이 없네”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묵묵히 지켜온 남해군의 관광지 관리에 찬사를 보낸다고 한다.

 그러나 칭찬에도 불구하고 그 말의 이면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30년 전 남해대교와 보리암, 지금은 상주은모래비치로 이름만 바뀐 상주해수욕장이 관광객들에게는 남해의 전부이고 현재에는 그나마 조금 젊은이들에게는 독일마을과 가천 다랭이마을이 알려지게 됐다고 했다.

 이 기사님은 남해군이 받고 있는 이런 평가가 과거 부잣집과 같이 찾는 이들은 많지만 실속은 없는 “낡은 부잣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취재 도중 만난 또 다른 지역 인사는 남해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독일마을과 가천 다랭이마을을 두고 “앙꼬 없는 찐빵 같다”고 했다.

 요컨대 “독일마을엔 독일이 없고 가천 다랭이마을엔 다랭이 논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모국 정착촌이라는 취지로 2003년 조성된 독일마을은 조성 취지도 주목을 받았지만 이국적인 독일식 주택이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조망하는 지리적 특성과 아름다운 경관 탓에 단숨에 전국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면서 급부상했다. 또 가천 다랭이마을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아름다운 농촌의 정취와 풍광을 자랑하는 시원한 자연경관을 최대의 자산으로 농협중앙회 CF 광고의 촬영지와 몇몇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뒤 전국의 관광지 명소로 급부상해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랬던 가천 다랭이마을이 현재는 다랭이 논 대다수가 칡넝쿨로 덮여있어 다랭이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실망케 하고 부족한 주차 공간 등으로 관광객이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나 관계 당국은 외면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독일교포 정착촌이라는 독일마을의 자산과 독일마을 맥주 축제로 그만의 유일함을 강점으로 삼아 왔으나 독일마을 맥주 축제 또한 독일 현지의 분위기는 사라져 버리고 한국형 축제로 점차 변모돼 식상하고 있다.

 이에 남해군은 오는 2020년까지 독일마을 인근에 ‘독일문화체험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 정책을 전국에 홍보할 책무와 행정력을 갖고 있는 남해군의 전향적인 자세가 승부의 관건이다.

 게다가 남해군 문화관광과 관광기획팀의 과중한 축제 업무에 매몰돼 더 중요한 홍보 마케팅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있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이에 축제 업무와 관광기획 업무를 분리해 축제는 축제대로 홍보는 홍보대로 전문성을 갖춰 진행해야 할 필요가 요구된다.

 오늘의 남해군은 독일마을뿐만 아니라 가천 다랭이마을 등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불황의 그림자가 엄습해 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시기에 남해군 책임자와 관계자의 적극적인 사고와 함께 전향적인 변화와 인식으로 많은 관광객이 이곳 보물섬 남해군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자세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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