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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이 ‘보수ㆍ진보 갈등의 장’ 돼서야…
경남도청이 ‘보수ㆍ진보 갈등의 장’ 돼서야…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17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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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경남도청은 을씨년스럽다. 정권이 바뀐 후, 경남도정을 보고 싶은 방향과 각도에서만 바라보는 ‘선택적 취사(取捨)’가 가득해 더한듯하다. ‘얼음, 땡’ 한마디에 도정이 앞으로 나아가고, 서는 시대가 아닌데도 상반된 주장이 넘실거린다.

 경남도의회와 민의를 바탕으로 한 다른 한 축인 진보성향 시민단체 간 주장은 각을 달리하는 등 우려가 깊다. 진보성향 단체는 적폐청산을,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각이 다른 대척점에서 다잡으려 한다. 권한대행이 바뀐 후 땅따먹기마냥 지나칠 정도다.

 지난달 17일 한경호 권한대행은 취임 후, 소통과 협치를 통한 참여도정을 위해 파격적인 행보, 주말도 잊은 민생현장 방문 등을 이어왔다. 문제는 각계각층과의 대화 등 현장 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장을 달리하는 것에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출자ㆍ출연기관장 교체 등 인적청산과 채무 제로 중단, 무상급식 확대 등 홍준표 전 경남지사 ‘흔적 지우기’에 매달리는 모양새인 반면, 자유한국당 도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경남도의회는 정반대다. 출연기관장 임기보장, 권한대행 정치적 행보 중단, 기금 부활 반대, 서민지원 사업 계속 추진 등이다. 홍준표 전 도정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 말고 권한대행인 만큼, 안정된 도정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347회 임시회에서 정판용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권한대행은 도민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관리 행위만 하라”며 한 권한대행을 정조준했다. 이어 권한대행의 소통 행보 역시 도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 위주라고 지적, 참석자들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경남도는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자유한국당이 주류인 도의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황에 처한 것 같다. 하지만 도정의 쌍두마차인 도의회와의 불편한 관계는 도민에게 해가 될지언정 득이 될 게 없다. 이 때문에 도의회는 극단적 주장에 앞서, 국비확보를 포함한 예산확정, 행정사무 감사 등 난제가 산적한 도정운영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물론, 자유한국당 도의원들 입장에서는 경남도의회의 전체 의원 55명 가운데 야당이 47명으로 압도적인 우위이고, 여당인 민주당은 2명에 불과한데도 여당을 우선, 기울어진 도정운영을 사전차단하려는 포석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하는 도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도지사 권한대행의 행보가 한쪽으로 치우칠까 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점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권한대행체제라는 불리한 상황에도 국비확보를 위해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과 지난 5일 가진 당정협의회에 이어 14일에는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진 것에 대해 심통인 것은 도정 바로 세우기인지 간섭인지 혼란스럽다. 도내 국회의원과 도의원 다수를 차지하는 자유한국당은 간과한 채 소수인 여당 중심의 만남에 대해 논란도 있다.

 그렇지만 달라진 정치 환경에 제때 맞추지 못하면 경남도는 타 광역시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경남정치권은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데, 비판과 질책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홍준표 도정유지를 주장하면서도 경남도가 지난 2015년 4월, 창원야구장신축 지원 불가를 통보한 사안인데도 시장은 권한대행에게 청구서 내밀듯 지원을 요구하고 지역 출신 도의원의 지원사격 등 사례도 곱게 비치지는 않는다. 도정운영에 대한 견제세력이 시민단체와 도의회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감 놔라, 배 놔라’ 하기보다 도정운영은 도청에 맡겨두는 게 기본이다.

 만약, 도정을 다잡으려 하고 주장이 도를 넘는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경남도의회도, 진보성향 시민단체도 도정에 대한 주장을 줄이고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봐 주는 것도 한 방편이다.

 물론, 잘못된 도정운영에 대해서는 따끔한 회초리도 들어야겠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옳지 않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도정운영에 대한 주장을 달리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경남도청이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장’이 돼서야 쓰겠는가. 지금, 경남은 주력산업의 끝없는 추락과 삶의 팍팍함 등 백척간두에 서 있다. 이 때문에 미래가 담보될 수 있는 맑고 쾌청한 도청이 되길 애써달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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