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2:31 (목)
인구 절벽이 더 가팔라지는데도…
인구 절벽이 더 가팔라지는데도…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17.09.14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식을 낳기 위해 필요했던 사회 계약이 깨지면 인구 절벽이 더 가팔라진다
아직도 ‘혼자라도 좋아’라며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서…
▲ 류한열 편집국장
 창원시는 내년부터 첫째 아이를 낳는 부부에게 출산장려금 50만 원을 준다. 지금까지는 출산장려금 지원대상에서 빠져있던 첫째 아기에게 큰돈을 쓴다는 얘기다. 전국 50만 명 이상 큰 도시 가운데 가장 큰 출산장려금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인구 절벽 시대의 출산장려 정책으로 출산장려금을 확대 지원한다”고 말했다. 인구 절벽을 허무는데 출산장려금이 약발을 발휘했다면 진작 큰일이 나도 났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출산장려금으로 아기 낳기를 유도하는 정책은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그 돈 받자고 아이를 낳을까. 창원시가 지금 돈을 쥐여주겠다고 하면서 땡감을 홍시로 만들라고 주문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큰 축복이다. 두 부부가 사랑하면서 선물로 받은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삶을 이어준다. 생존 본능은 고귀하다. 인류는 생존 본능이 그리는 뚜렷한 길을 따라 삶을 영위했다. 종 간에 싸움이 일어나고 승리한 종족은 다음 세대를 이어갔다. 생존 본능은 피나는 싸움을 부르고 심지어 종족 청소로까지 이어졌다. 종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체로 지혜보다는 무력을 택한 게 우리의 조상들이다. 현세대가 종족 보존보다 자기 삶에 더 집중하는 한 인구 절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 1인 가구가 계속 늘어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인구 증가를 막기는 어렵다. 혼밥, 혼술 등을 즐기는 사람이 나 홀로 삶에 집중하는 한 인구 증가를 바라기는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삶의 편리성만 부각하는 몹쓸 상황에서 아기를 낳으면 자칫 어리석은 행위로 비칠 수 있다. 참 묘한 세상이다.

 “혼자 살면 편한데 결혼을 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를 낳아 왜 괜한 고생을 해”라는 말이 쉽게 입에서 나오는 사회 풍조에서 결혼까지 모험심을 발휘했다면 아이 낳기에는 더 큰 모험이 필요하다. 출산장려금으로 신혼부부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새 발의 피’다. 그렇다고 출산장려금을 터무니없이 올린다고 출산율이 엄청나게 오를까? 회의적인 시각이 더 크다. 생존의 본능을 충만하게 만드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단란한 가정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다. 가정은 고귀한 생존의 본능으로 가꾸어지는 거룩한 장소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성 소수자라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정관에 비쳐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경남도가 올해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취업 절벽을 벗어나려고 많은 사람이 경남을 빠져나가면서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인구를 넘어섰다. ‘늙은 경남’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 연구에 따르면 합천과 남해군은 30년 뒤에 사라진다. 밀양시와 모든 군 지역이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지역이 됐다. 도내 많은 마을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푸념한다. 이런 모든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한 마을이 공동화되는 현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사라지는 ‘휴거’는 아니지만, 모르는 새 우리 주위에 아무도 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

 창원시가 통합된 지난 2010년에 출생아는 1만 865명이었지만 지난해는 8천739명으로 확 떨어졌다. 한 해 무려 2천126명이나 줄었다. 올해 8천명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출산율 저하의 실질적 통계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우리 앞에서 큰일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지자체가 대책을 세우는 데 별로 효과는 없다. 돈으로 아이를 사려고 하는데 어떤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신혼부부에게 물어보면 출산ㆍ양육의 애로사항으로 대부분 경제적 부담을 든다. 그렇다고 출산장려금을 더 준다고 풀리는 단순한 구조는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책임을 지는 정책을 써야 한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자기 희생이 아닌 자기 행복이라는 생각이 넘쳐야 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 간 행복한 약속처럼 여겨져야 한다. 신문과 방송에서 매일 혼밥ㆍ혼술이 대세라는 소리 지르고, ‘혼자라도 오케이’라며 온갖 편리한 생활용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사랑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추석 선물세트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이른바 ‘혼추족’을 겨냥해 백화점 업계에서는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혼밥 양념 불고기 선물세트’가 나오고 완전 조리된 한우 갈비찜도 선보였다. 혼자서 나에게 선물하면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에게 가정은 별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추석에 아내를 데리고 자식과 함께 부모를 찾아뵙는 미풍양속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자식을 낳기 위해 필요했던 사회 계약이 깨지면 인구절벽이 더 가팔라진다. 그래도 우리는 ‘혼자라도 좋아’를 외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있다. 바로 그 자리가 곧 사라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