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07 (금)
북핵서 보는 삼전도 굴욕
북핵서 보는 삼전도 굴욕
  •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 승인 2017.09.10 23: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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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거리를 나가면 외제 차가 줄을 잇는다.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점을 생각하면 이런 현상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런 아우성이 엄살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하고, 차 과시욕 때문인가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유야 무엇이 됐던 우리나라가 잘살게 됐다는 방증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부패 스캔들, 거의 해마다 발생하는 AI(조류 인플루엔자), 잊을 만 하면 머리 위로 날아가는 북 미사일 사태에서도 우리 경제는 더디지만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고 반갑다.

 우리가 정말 잘살게 됐다는 것은 산만 보면 안다. 40년 전만 하더라도 온 국토가 헐벗었다. 녹색이 우거진 곳은 거의 없고 벌건 맨살을 드러내는 민둥산이었다. 필자는 어릴 적 매일 그런 산을 바라보며 학교를 갔다. 그때는 초라한 산만큼이나 식탁도 볼품없었다. 혼식이 건강에 좋다며 보리와 쌀을 섞어 먹는 것을 정부가 권장할 만큼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보릿고개를 겪었다. 지금도 특정 음식은 먹지 않는 장노년층이 더러 있다. 어릴 적 참기 어려웠던 고통이 회상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70년대 창원기계공업단지를 만들면서 광활한 대로(지금의 창원대로)를 내는 것을 보고 무슨 차가 많다고 이런 넓은 도로를 만드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미친 짓으로 만든 도로가 차로 붐비는 데는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상전벽해처럼 변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오히려 퇴보한 것이 있다. 대북정책이다. 어느 한 대통령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지원금이 핵 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했다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마라. (만약 북에 핵이 개발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은 “북한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잘난 척, 힘 있는 척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체제가 흔들리지 않고 가기 위한 전략, 전술적 몸부림이다. 스스로 한반도를 적화통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국제사회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까지 북한의 핵 문제는 비교적 잘 관리 돼 왔고 앞으로도 잘 관리될 것이다”라고도 했다. 또 어떤 대통령은 불과 1년 전 “과거 대화를 위해 준 돈이 북핵 개발자금이 됐고 협상을 하겠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 밑에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데 그 시간을 이용했다. 대북제재와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통일이라는 지상 명제에 북한의 진면목을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정권, 북의 속셈을 알면서도 착실한 대응 전략은 구사하지 못했던 무사안일한 정권들이 낳은 결과가 6차 북 핵실험이다.

 절대적 가난과 황폐한 산하를 딛고 일어선 우리가 이제는 북핵의 볼모로 잡혔다. 전쟁 없이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그렇더라 해도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뿐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은 수시로 북한에 멱살 잡힐 것이고, 군사적 위협도 주저하지 않는 중국의 무시로 전전긍긍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가 주도하는 북 핵 사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오판이 여전하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 위협을 계속하는 한 한국의 입장은 갈수록 위축될 것이고, 미국이든 일본이든 그들은 북의 위협이 보다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안전은 뒷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렵다 어렵다 해도 외제 차가 붐빌 만큼 잘살게 됐듯이 북핵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다고 해도 정부와 정치권은 달라야 한다. 그런데도 정당 대표라는 사람은 우리가 압박하면 북한이 무릎을 꿇을 것처럼 말하면서 대화를 말한다. 국민 눈높이만도 못한 무책임한 발언들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댄다. 지금까지 해왔던 거짓말들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정권을 위해 명에 붙어 세상 물정 모르고 명분만 쫓다 삼전도 굴욕을 당한 인조와 서인 정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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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퍼니 2017-09-14 1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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