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7:00 (목)
[커핑 인사이드]장인 ‘손맛’ 그대로… 향이 더욱 깊다
[커핑 인사이드]장인 ‘손맛’ 그대로… 향이 더욱 깊다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7.09.10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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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봉림동 텍스처크루 라테아트 장인 이정석씨
수확 1년 미만 원두 사용 커피 원래 단맛을 추구 적정온도 유지가 중요
▲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 706-2에 위치한 커피숍 텍스처크루 전경.
 맛에 대한 고민이 차이를 낳는다. 즉 맛을 추구하는 장인은 특유의 손맛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미각을 자극하는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커피도 장인의 손맛을 많이 탄다. 우리 생활 안에 깊숙이 들어와 문화로 자리를 잡은 ‘커피’, 그중에서도 철학이 담겨있는 바리스타의 손맛을 추적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에 조금이라도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큐그레이더(커피 원두 감별사)와 동행한다.

 따뜻하고 강렬한 붉은 눈빛이 감도는 외계인 로고가 돋보이는 곳에 커피숍 텍스처크루(창원시 의창구 봉림동 706-2)가 있다.

 라테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정석 바리스타가 텍스처크루의 주인장. 그는 라테아트 계의 전설로 불린다. 그의 손과 핸들링이 담긴 영상은 한국에서 라테아트가 널리 알려지기 전 독학하기 위한 사람들의 교본처럼 불렸다.

 그는 지난 2009년부터 라테아트에 심취해 바닥부터 실력을 쌓아갔다. 그러던 그에게 찾아온 큰 변화의 시기는 2012년. 그는 뉴욕 라테아트 세계 대회에 출전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세계대회를 치른 건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치른 대회였지만 그때의 경험이 많은 인연을 만나는 자양분이 됐다.

 결국,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미국 라밀커피(LAMILLCOFFEE)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지사에서 2년여간 몸담게 된다. 그는 “당시 에스프레소 맛 평가, 기계테스팅 등 교육으로 많은 것을 익히게 됐다”고 회상했다.

▲ 밀리터리 라테(왼쪽)와 카페라테. 텍스처크루 만의 특별한 맛과 라테아트가 만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라테는 풍부한 우유 거품이 적당한 양과 질을 머금어야 한다. 그리고 온도도 중요하다. 이정석 바리스타는 “라테는 60~70℃, 아메리카노는 85℃가 가장 맛있는 온도”라며 “제일 먹기 좋고 맛을 잘 살리는 온도로 커피를 내어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행한 김지우 큐그레이더는 “이정석 바리스타가 내린 라테는 스팀 우유의 단맛과 커피 본연의 맛을 살려 시리얼, 밀크초콜릿과 같은 풍미가 난다”며 “신선했던 부분은 스팀 우유의 온도였다. 일반 매장보다는 낮은 온도인데 본연의 향과 맛은 살리고 우유 비린내는 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국 문화에 익숙해져서 유달리 뜨거운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온도가 너무 높으면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 힘든 게 사실이다.

 “커피다움을 쌉쌀한 맛, 쓴맛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장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커피는 어떻게 다를까. 커피숍마다 뉘앙스와 추구하는 맛이 정말 다를까’란 고민에서 이번 기획이 출발했다.

 그 질문에 이정석 바리스타는 커피의 신선함을 그 해답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커피는 신선해야 합니다. 좋은 쌀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죠. 신선한 커피는 로스팅(커피를 볶는 과정) 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 언제 수확한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텍스처크루에선 수확된 지 1년 미만인 것들만 사용한다. 그는 “디펙트(결함, 흠)가 덜한 좋은 생두를 들여온 이후는 바리스타의 몫”이라며 “원두를 잘 이해해야지만 퀘이커(불량 원두)를 최소화하며 로스팅을 할 수 있고 추출까지 본연의 맛을 살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 이해한다’는 말이 내포하는 것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에스프레소(커피숍 메뉴의 기초이자 기본이기 때문에 그 가게 ‘장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준으로 아로마(정확하게는 물과 커피가 만났을 때 나는 향을 뜻한다), 밸런스(과소ㆍ과다 추출이 아닌 단맛ㆍ신맛ㆍ쓴맛이 골고루 느껴지는 상태), 크레마(황금빛 갈색의 거품)가 중요하다.

▲ 이정석 바리스타가 텍스처크루를 상징하는 외계인 로고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텍스처크루는 최대한 ‘단맛’이 배어 나오는 커피를 추구했다.

 “단맛이 기준입니다. 강배전 된 커피도 비터스윗(bitter sweet)이 최고의 칭찬이거든요. 포도, 딸기, 오렌지, 파인애플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단맛을 커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텍스처크루 커피는 싱글오리진과 그래비티 블랜딩 2가지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두 가지 종류의 원두를 맛본 김지우 큐그레이더는 “그래비티 경우에는 모든 손님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구수하고 초콜릿티 하면서도 피치와 캐러멜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며 “반면 싱글오리진은 스페셜티급 원두(에티오피아, 케냐 등)를 단일로 추출해 재스민, 오렌지, 블루베리 등 잘 익은 과일과 같은 신맛과 허니, 메이플 시럽 같은 단맛을 포인트로 줘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텍스처크루만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메뉴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밀리터리 라테였다.

 “사실 이 메뉴는 지난 2008년 시애틀에서 열린 ‘프리푸어 라테아트 월드챔피언’에서 아시아인 최초이자 대회 역대 최고 점수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사와다 히로시가 만들었어요.”

 사와다 히로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정석 바리스타는 “너무 좋아하던 그를 직접 만나던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며 웃음을 띠었다.

 참고로 밀리터리 라테는 군복을 입고 오면 무료로 제공된다. 이정석 바리스타는 “나라를 지키다 휴가 나온 장병들에게 특히 권하는 메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오른손잡이였다. 하지만 어깨에 무리가 왔고 수저를 잡는 것부터 사소한 습관까지 바꾸는 노력 끝에 이젠 왼손으로도 세계 수준의 라테아트를 거뜬히 해낸다.

 맛부터 눈까지 사로잡는 커피가 넘실대는 텍스처크루. 이곳에 들러 이정석 바리스타의 ‘손맛’을 하루라도 빨리 느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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