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12 (금)
지사 권한대행과 기초단체장의 만남
지사 권한대행과 기초단체장의 만남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7.09.1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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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8일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을 찾았다. 좀체 도청을 찾지 않았기에 기대가 컸다. 경남도는 터널개설, 도내 타 시ㆍ군과의 파열음을 일으킨 광역시 추진문제 등에 대한 입장표명을 기대해서다. 창원~김해(진례) 간 터널개설 건은 경남도는 물론 김해ㆍ양산ㆍ밀양시 등 동부경남의 완곡한 건의에도 창원의 반대로 진척이 없다. 또 광역시 승격문제도 창원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물거품이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남을 방문한 행정안전부 장관이 “창원광역시 승격문제는 도의 동의 없이는 강제로 추진할 수 없고, 불균형적인 대한민국이 보편적 행정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국가설계를 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대신했다. 따라서 창원시가 또다시 거론할 경우,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수사로 비칠까 봐 스스로 거둘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는 빗나갔다. 도청 코앞인 창원시청에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혈세를 들인 광고, 홍보 전단 등 지난 분란에 대해 스쳐 지나가듯 해도 입장표명을 기대했지만 언급이 없었다. 이날 안 시장이 꺼낸 카드는 밀린 돈을 청구하듯 내민 건의서였다. 야구장건립사업 200억 원, 의창ㆍ회원구를 연결하는 터널사업 72억 원 등 도비지원과 마산 마리나 항만 조성사업 기본계획 반영에 경남도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다.

 이에 한 권한대행의 입장은 완곡했지만, 대못질을 하듯, 단호했다. 창원시도 기초단체인 만큼 광역단체인 도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권한대행이지만 경남지사로서 기초단체인 창원시장의 처신을 주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도와 창원시는 불편한 문제가 잦았다. 공동사업과 출연기관장 임명 등은 구원 관계 거론 등 꼴불견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홍준표 전 지사와 안상수 시장의 개인적 관계에 앞서 도의 정책방향과는 다른 광역시추진 등 사사건건 부딪치며 충돌한 것이 그 원인이다. 지자체 후, 선출직 단체장은 선거전략 차원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혈세 낭비, 관변단체 동원 등 문제도 많았다. 이 때문에 정책추진은 실현 가능성에 우선해야 한다. 창원시도 이런 비난을 피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오죽하면 창원시를 제외한 도내 17개 시장ㆍ군수가 창원광역시 승격추진에 반대하고, 계속 추진할 경우, 경남도는 창원시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반발을 산 바 있다.

 이 때문에 도민들로부터 거북살스러운 표현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예산지원을 건의하려면 경남도민, 창원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것에 우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요청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경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6.8%, 기초단체 평균은 23.6%에 그칠 뿐이다. 또 덩치가 큰 만큼 예산투입도 남다르겠지만 창원시의 재정은 타 시ㆍ군과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 하지만 도내 대부분의 시ㆍ군은 10% 미만이다. 이런 가운데 도는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매칭예산 등 부담해야 할 몫이 엄청나다. 그렇다면, 기초단체장이지만 수부 도시 장(長)으로서 경남도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국비 부담 확대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먼저 건의했어야 했다. 꺼낸 카드가 돈(예산) 지원이란 것은 도민들이 원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내 것만 챙기겠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더욱이 도지사가 없는 상황에서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는 경남지사 권한대행이니만큼, 그 틈새를 노린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꼼수로도 읽혔다는 것도 그 이유다.

 이날, 한 권한대행이 “제가 (창원으로) 가야 하는데…”라며 “한때 굉장히 높으셨던 분을 오시게 해 죄송하다”는 화답은 현직 기초단체장에 대한 처신으로, 또 “창원시도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단체에서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완곡하지만, 단호한 표현은 “도의 정책에 반할 경우는 사안에 따라 NO”란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날 도민들은 한 권한대행으로부터 공직경륜의 지혜로움을 “엿본 수”에서 안정된 도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창원시장이 가볍게 경남도를 찾아 청구서를 내밀 듯했지만 무거움을 느꼈다면, 창원광역시 추진은 접는 게 도리다. 또 도민에게 화해도 구해야 한다. 창원광역시 추진 계획이 정치플랜 또는 창원시민의 뜻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현재 광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분란을 자초한 것에 대해 자답(自答)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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