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07 (금)
북한 핵머니 챙기려고 핵 개발 후 대화 전망
북한 핵머니 챙기려고 핵 개발 후 대화 전망
  • 이태균
  • 승인 2017.09.07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태균 칼럼니스트
 유엔의 강력한 제재결의에도 조금도 망설임 없이 핵실험을 지속하며 미사일 발사실험을 멈추지 않는 북한은 핵 개발 후 미국과의 큰 거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민생고는 외면하면서 오로지 핵실험과 ICBM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은 미국과의 빅딜을 위해 손익계산서를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북한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부터 한 번도 한ㆍ미 양국과 ‘공짜 대화’는 한 적이 없었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북한은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국제사회에서 원자로 2기와 연간 50만t의 중유를 제공받는 큰 거래를 거머쥐었다. 2002년 고농축우라늄을 몰래 만들다 들통날 때까지 우리 정부는 원자로 건설비 등 11억 3천700만 달러를 부담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지난해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103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갔다. 북한으로 간 이 돈은 우리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종잣돈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세계의 초강대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 지난 1992년부터 13억 달러를 받아 챙긴 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지난 25년간 북한에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해 왔다”며 대화는 답이 아니라고 했지만, 만약 경제적인 혜택을 북한에게 주지 않고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종식시키려면 전쟁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5천만 한국 국민,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 14만여 명과 주한미군 수만 명의 생명을 담보로 무력으로 북한을 제압하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다. 초강대국 미국도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킬 용기가 없다면 해결책은 결국 돈으로 북한 핵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즈니스만큼은 빼어난 능력이 있다는 트럼프라지만 북한과의 거래조건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의 손익계산서를 예상해 보지 않았는지 아리송하지만,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출범부터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남북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에 일언방구도 하지 않는 것은 우선 핵 개발을 완수해 북한의 주가를 최고로 끌어 올린 후 미국과 큰 거래를 통해 실익을 챙긴 후 한국으로부터는 보너스를 챙기려는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그러니 김정은의 머릿속엔 지금은 핵 개발이 우선이지 한ㆍ미 양국과의 대화는 2순위로 밀려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북한은 수소 핵탄두가 장착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끼로 얼마를 챙기려고 할까.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은 10조 달러를 줘도 핵을 포기 안 한다”고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의 말을 빌리면 김정은이 부르는 게 값으로, 이 돈은 북핵의 위험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분담해야 할 판이다. 우리가 경험한 바 미국은 경수로 청산 비용도 한국에게 떠넘겼는데, 핵에 대한 대가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각오해야 할 것이며, 일본도 ‘핵머니’ 공포에 떨게 될 신세로 비싼 대가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와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두고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청와대의 안보 관련 참모들은 종전과 변화 없는 기조를 유지하는 등 한ㆍ미 양국이 북핵을 두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두고 한국에 차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겉으로 한ㆍ미 공조가 탄탄하다고 양측이 밝히지만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인 FTA 폐기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아베 일본 총리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통화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는 뒤늦게 통화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에 목매는 한국의 행위가 못마땅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공짜대화는 없다는 걸 우리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결국 돈으로 핵을 사야 할 판인데, ‘북핵 세금’ 청구서는 언젠가 국민 모두에게 날아올 것이다. 무역 10대 강국이라는 입지가 핵무기 앞에 얼마나 초라해질지, 그 청구서를 받아보면 절감할 것이다. 한ㆍ미 양국의 과거 정부가 북한을 믿고 돈과 시간을 충분히 준 결과가 결국 주고도 뺨 맞는 것이 되고 만 것이다.

 핵실험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쟁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진보 진영이 손가락질해야 할 전쟁 세력은 바로 김정은 정권이다. 북한에 대한 어설픈 낭만은 우리 주머니를 다 털어갈 수 있다. 핵머니를 두둑이 챙기기 위해 북한은 핵 개발을 완성하기 전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제 우리도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