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6:45 (수)
염려증후군
염려증후군
  • 정창훈 부사장
  • 승인 2017.08.3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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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부사장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는데도 여기저기 아픈 느낌이 들고 병들었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통틀어 ‘건강염려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이 위중한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는 일종의 정신장애다. 원인은 대부분 심리적인 현상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아프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책임과 어려움으로부터 피하고 주위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다리가 저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한의원에서는 꾸준히 다니면 곧 완쾌된다고 했지만 침을 맞는 것이 겁이 났다. 평소에도 건강했는데 며칠을 다녀야 한다고 하니 무섭기도 했고 혹시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웠다. 걷기가 불편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자료도 찾고 정보도 수집했다.

 요즘 공중파나 케이블TV에서는 건강관리와 의학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넘치고 넘친다. 페이스북, 블로거, 카카오스토리와 밴드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건강 관련 정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건강염려증에 빠져들고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몸이 아프면 신체의 변화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지나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건강 강박으로 이어져 없는 병도 만드는 고통을 초래한다. 나 스스로 건강에 관해 한 자신을 했는데 갑자기 무기력해졌다. 나름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했다고 생각해 단번에 나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병원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한의원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침, 주사, 한약, 양약, 물리치료 등 이것저것 좋아진다고 하면 뭐든지 했지만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고 모든 정신이 허리에 가 있었다.

 한 번은 요통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강사는 아프면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의사를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신의 몸 상태, 운동이나 식습관 등을 상세히 설명을 해야 한다. 특별히 허리 통증도 상태에 따라 상담과 치료를 다르게 할 수 있다. 요통에서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펼 때 느끼는 통증에 따라 단계별 치료를 달리한다. 요통 1단계에서는 평소 균형 잡힌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도록 권장한다.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습관에도 통증이 수반되면 2단계에서는 물리치료나 보조기 착용을 하도록 한다. 3단계에서는 약물치료를, 4단계는 주사치료를 하고, 5단계까지 가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환자들은 건강에 대한 염려가 앞서 자신의 몸 상태보다 더 심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감각마비와 같이 신경학적 증상, 심각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와 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인데 무조건 통증을 호소하면서 수술을 해달라고 하며 거절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는 몸 상태를 매일 메모를 하면서 치료 1단계를 실천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불편한 곳을 체크하고, 6시 반에 스트레칭을 30분씩하고 목욕을 했다. 기본적으로 요통에 좋은 자세로 운동도 하고 1천500보 정도 걸으면 다리에 이상 신호가 오는데 즉각 멈추고 충분한 마사지를 하고 조금씩 더 멀리 걷기를 했다. 한 달쯤 지나면서 상태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병을 쫓아다니고 병에 끌려다니다가 이제는 내가 병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정도의 고통과 불편은 참을 수 있고 충분히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 건강염려증,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 그 자체가 고통이 될 수는 있지만, 환자 본인이 심각한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거나 두려워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병원을 찾아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어도 이를 믿을 수 없어 병원을 전전하는 건강염려증은 병에 걸렸을 것이라는 불안과 걱정 때문에 일상생활이 점점 지장을 받거나 자괴감에 빠져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어니 J. 젤린스키의 ‘모르고 사는 즐거움’이란 책에서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염려의 30%는 이미 과거에 지나간 일에 대한 염려다. 염려의 40%는 앞으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22%는 아주 사소한 문제 때문에 염려하고, 실제로 염려해야 할 염려는 4%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는 염려의 96%는 쓸데없는 걱정이다. 96%의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기쁨도, 웃음도, 마음의 평화도 잃어버린 채 살아갈 필요가 있겠는가? 성경에는 ‘두려워하지 말라’, ‘염려하지 말라’는 말이 365번이나 나온다. 이것은 하루 한 번씩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매일 염려하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며 염려 앞에서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이길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해야 한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안일함은 도움이 안 된다. 생각에 잠겨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려라면 머릿속에 박혀 자신을 짓누르는 생각이 염려다. 사려는 깊어도 되지만 염려는 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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