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0:44 (화)
경남도청은 도민 위한 공복의 산실인데…
경남도청은 도민 위한 공복의 산실인데…
  •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7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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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공무원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까지 나서 공무원이 영혼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세상이다. 이와는 달리, 새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위원장은 공무원들에게 “새 정부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총리는 “촛불 혁명의 도구”라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탈 원전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의도와는 달리 직접 들었든, 전해 들었든 공무원은 “영혼 없이 일하라”는 주문으로 들렸을 게 분명하다. ‘영혼이 있다, 없다’는 것은 어느 정권이든 거론된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집권세력은 인사권을 활용해 공무원을 줄 세우며 권력을 만끽한 게 다반사였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막스 베버가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강조한 것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정권 입맛에 따라 소신을 밥 먹듯 파는 공무원이란 상징어가 됐다. 전 정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앞장서 노동계로부터 비난을 산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성과연봉제 폐기발표를 했고,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정책 뒤집기 등 새 정부 코드를 맞추느라 바빠, 말과 정책을 스스로 뒤집어야 했다.

 지금 경남도청도 혼란스럽다. 적폐청산을 주장한 단체가 권한대행과의 면담 후, 정문 대로변에 자리한 대형화분이 철거됐다. 집단시위 방지용 화분이라 해도 공무원 지시 또는 주장에 의해 설치ㆍ철거를 했다는 것과 관련, 못내 찝찝해하는 반향도 있다. 이 단체는 전 지사 재직 때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치부한 것과는 달리, 지금은 주장에 의한 도정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처한 현실에 따라 공무원이 그 대상으로 지목되는 사회에서 ‘영혼이 있다, 없다’는 논란 자체가 난센스다. 이 틈새에서 업무 연속성은커녕, 앞 정권정책이 폐기되는 등의 국정 및 도정운영에 대한 악순환은 끊어야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인사)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데, 버텨낼 재간도 없고 영혼을 주문하기 전에 시스템과 분위기의 조성을 우선해야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의 참정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공무원이 정치나 정책으로부터 격리되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의 정당가입, 정치단체 결성 등 정치적 활동을 금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공정한 직무수행이 그 본질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국가 비전과 국정철학을 도정에 접목해 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한 도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권한대행의 취임사는 국정철학에 기초한 도정운영이란 점에서 백번 옳은 말이다. 이 때문인지, 권한대행의 취임 후 소통 행보는 속도감이 있다. 민생현장, 업무보고, 예산확보를 위한 국회방문, 도민과의 대화 등 마치 새 정부의 대국민 소통 행보와 빼닮은 모양새로 느껴질 정도다.

 새 정부의 소통에 대해 보수진영이 소통을 ‘쇼 통’이란 것과는 다를지언정, 어른거림은 느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청와대는 국민에게 문을 연 반면, 경남도는 진보진영 단체와의 간담회는 비공개란 것이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 지사가 운영한 정책과 인적청산, 슬로건 제거 등 적폐청산과 민주 도정 운영을 촉구한 만큼 비공개는 다소 의외란 것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의 점령군적 사고논쟁 등을 감안하면 ‘간담회의 문’은 더 활짝 열렸어야 했다. 한 권한대행도 대통령처럼 도 공무원들이 영혼을 갖길 원한다면, 지시를 거스르더라도 무능함, 핑계, 말대꾸, 삐딱함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한켠으로 치우친 일방적 지시는 대행의 영혼으로 바꾸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지난 역사가 이를 입증해주듯, 탓을 한다면 공직사회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후 뒤통수를 맞는 내부고발은 반복될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공익을 위한 로마 지성인의 삶인 프로보노(Pro Bono)도,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아니어도 경남도청은 특정 정치세력의 사복(私僕)이 아닌 공복(公僕)으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남도에 대해 민주 도정 운영을 주장하지만 어느 단체 또는 조직의 수장이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면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도청 직원의 목소리는 헌법 정신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지켜줘야 한다는 것에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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