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5:07 (수)
그래도 지역 신문은 살아 있다
그래도 지역 신문은 살아 있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8.17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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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신문기자의 예리한 눈빛이 살아 있어서 냄새나는 일들이 드러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 류한열 편집부국장
 ‘지역 신문이 살아야 지방 자치가 살고 경제가 산다’는 말이 지금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 참 곤란하다. 지역 신문은 존재하는데 무게감이 중앙지에 비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지방에서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은 당연히 그 지방에서 일어나는 사건ㆍ사고를 심층적으로 다뤄야 하고 지역 주민의 관심사를 우선해 지면에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 됐고 뉴스가 중앙에 편중돼 있어 지역 신문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앙 뉴스를 앞세우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고 그렇다고 지역 뉴스를 내세우면 왠지 촌티 나는 기분을 숨길 수 없다.

 지역 신문이 팔딱팔딱 뛰어야 한다는 대명제는 살아 있다. 행여 숨을 헐떡거리는 처지에 있어 지역 신문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면 심기일전해 신발 끈을 고쳐 매야 한다. 언론의 사명은 숭고하다. 지역 신문기자의 예리한 눈빛이 살아 있어서 냄새나는 일들이 드러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경우가 많았다. 민선 시장ㆍ군수는 지역에서 거침없이 힘을 휘두를 수 있다. 인ㆍ허가권을 가진 시장ㆍ군수의 갑질은 이미 도를 넘었다는 말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다. 한 민원인이 시장ㆍ군수에게 잘못 보이면 지역에서 ‘국물도 없다’는 말에서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단체장의 나쁜 갑질을 감시할 수 있는 건 지역 언론밖에 없다.

 지난해 지역 언론사와 기초자치단체장의 힘겨루기는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언론사와 기초자치단체장이 벌인 싸움으로 서로 상처를 입었다. 지역 언론의 건전한 감시기능과 자차단체장의 소임을 잊은 한바탕 진흙탕 싸움이었다. 해당 지역 언론사는 그 사건 후 오랜 반성의 길을 걸었고 해당 자치단체장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지역 언론과 자치단체장이 티격태격 싸우면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간다. 지역 언론은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자치단체장은 손에 쥔 칼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가르침을 새겼다. 지역 언론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언론사가 쥐구멍을 찾아야 할 형편이지만 그래도 언론의 사명은 고귀하다는 말을 속이 켕겨도 할 수밖에 없다.

 경남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자치단체장의 비리는 지방자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 민선 단체장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권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자치 관련 법규를 들춰보면 단체장에게 자치단체 대표권과 사무 통할권, 소속 공무원 인사권을 준다. 여기에 매년 작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른다. 자치단체장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은혜’를 입으면 그걸 갚아야 하는데 이때 지방 기업가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다. 고성군에서는 2년 사이 군수 2명이 잇따라 낙마했다. 단체장의 비리와 전횡을 감시할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지방의회마저 단체장과 한통속이 돼 감시의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도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 신문은 재무구조가 허약해 감시기능에 빈틈이 생긴다. 광고주의 입김에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있고, 자치단체장이 집행하는 공시ㆍ공고를 외면할 수 없어 감시의 눈을 감을 때도 있다. 지역 언론의 공적인 역할을 더 높이 산다면 정부ㆍ지자체ㆍ단체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지역 신문이 지방 여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광고주한테서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존에 허덕이면서 생각과 행동이 엇박자를 낸다. 지역 신문이 경영에 난맥상을 겪으면서 ‘당근’에 길들어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굶어 죽어도 새벽을 알리는 나팔수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언론인 사명 교과서 첫 장을 다시 펼쳐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먼 얘기가 아니다. 야당 당권 주자는 벌써 내년 지방선거 승리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벼른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사실 아닌 사실이 떠돌면서 지역 유권자를 꼬드긴다. 지역 신문이 왜 필요한지는 지방선거에서 잘 드러난다. 출마 예상자들의 됨됨이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올바른 여론을 알려 지역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이끌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 난무하는 허위사실이나 비방행위를 잘 가려 전달해야 한다. 지역 신문이 제대로 돌아가면 당선 후 낙마하는 볼썽사나운 시장ㆍ군수를 더 이상 안 볼 수 있다.

 지역 신문이 선진국 지역 신문처럼 지역 주민한테서 사랑을 받으려면 기자가 올곧아야 한다. 역량이 부족하거나 작은 이익에 고개를 기웃거리는 기자는 물러나야 한다. 지역 신문은 작지만 꼭 지역에서 필요한 도구여야 한다. 척박한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사명감이 있어야 지방 자치가 살고 지방 경제가 살고 지방 정치가 산다. 양산 지역에 다음 달 새 일간지가 창간한다는 소식은 참 반갑다. 지역 신문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나 제 몫을 하기 때문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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