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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은 나를 채우는 행복한 손짓"
"작품 활동은 나를 채우는 행복한 손짓"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8.17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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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미 서양화 전시회 장유 마블 카페 갤러리 아크릴 풍경ㆍ인물 22점
▲ 최선미 작 `nude` (64×45. 5㎝ acrylic on canvas 2017).
 최선미 서양화가가 전시회를 여는 곳은 김해 장유에 있는 한 카페 갤러리다. 향긋한 커피 냄새 그윽한 `마벨 카페 갤러리`에 지금 아크릴 작품 22점이 아메리카노보다 더 진한 향기를 뿜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인물 9점과 사계절은 담은 풍경 13점이 걸렸다. 다른 한쪽에는 최 작가에게 배우는 문하생의 작품이 벽에 붙어 있다.

 최 작가의 전시회 제목은 `Begin Again`. 그는 무얼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까? "작가는 한번씩 자신의 작품세계를 허물고 싶을 때도 있고, 이런저런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도 있지요."

 그의 말을 채색 없는 데생으로 받아들이면 지난 3년간 중견 작가로서 작품 세계을 두고 갈등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긴 시간 동안 움크리다 기지개를 켜고 작품을 내건 이유 또한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잘나가는 작가보다 행복한 작가가 되기로 했지요. 결국 작품 활동은 나를 채우는 걸음이라는 사실을 깊게 깨달았어요." 최 작가는 이제 작품 활동 자체를 인생이라 여긴다. 눈물 나는 슬픈 일과 한숨 토할 힘든 일을 만나거나 소리 지를 기쁜 일을 만나도 이 모두를 그림으로 승화하는 `내공`이 그에게 있다.

 최선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고혹할 만한 자태를 뽐낸다. 어두운 배경에서 드러나는 몽환적 미와 밝은 배경에서 나오는 품격 높은 미가 있다.

 최 작가는 단순한 형태와 색채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농축된 절제미를 인물에 담았다. 삶에서 풍랑을 겪는 현대인이 여인의 아름다운 뒤태에눈길을 주면 살포시 뒤돌아서 미소를 띄울 것 같다. 그의 색채 조화에 눈길을 주면 깊은 감성의 울림이 올라온다. 최선미의 풍경화는 투박하다.

▲ 최선미 작가는 잘나가는 화가보다 행복한 화가가 되기를 바란다.
 캔버스에 드러난 무거운 색채감에는 화려한 색채감을 뛰어넘는 절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가벼운 미는 금방 달아날 듯 한데 그가 캔버스에 옮겨놓은 미는 오랫동안 머무를 것같이 진중하다. 관람객이 풍경화를 보고 장소를 물어 작품명을 장소로 바꿨다. 더 공감하기 위해서다.

 최 작가는 지난해 아트 바젤 홍콩에 갔다온 후 홍역을 치렀다.

 "현대 미술을 보며 충격을 받고 여러 다른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했지요." 그는 짧은 흔들림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길을 자신있게 가는 힘을 얻었다.

 그는 장유에서 인정받는 화가가 되길 바란다. 이 바람은 단순히 겸손이 아니다. 꾸준히 작품에 정진하면 지역사회에서 이름이 나고 자연스레 이름이 퍼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감이 있다. 작가라면 모든 재료를 다 쓸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장르도 다 섭렵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최 작가는 장유에서 미술을 가르친다. 기본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채도ㆍ명도ㆍ투시도를 6개월 동안 배워준다. `샤갈 아틀리에`에서 가르치는 작업은 자신의 그림 세계를 더 다듬는 겸손의 손짓이다.

 "카페 갤러리 전시회는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전시장보다 이로운 점이 많아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작품을 더 깊이 들여보는 볼 수 있는 여유까지 있지요." 최 작가는 문턱이 낮은 전시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보며 "질문 있어요"라는 말을 듣기 바란다. 그림은 아름다운 소통의 도구이니까.

 최선미가 `다시 시작하며` 내놓은 작품을 보면 먼 곳에서 기다리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자신을 채우는 작품 활동에 한 치의 흩뜨림 없을 거라는 확신을 인터뷰 내내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연다.

최선미 작가는 창원대학교 미술학과를 나왔다. 지금까지 개인전 3회, 단체전ㆍ협회전을 50여 차례 펼쳤다. 지난 2012년 `김해를 빛낸 20인의 인물전`에서 김윤식 초상화를 제작했고 `신진 작가 공모 2014 뉴 페이스 김해전`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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