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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하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담뱃값 인하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원종하
  • 승인 2017.08.0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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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하 인제대 산업융합대학원 의료관광산업학과 주임교수ㆍ금연교육연구소 소장
 3년 전 새누리당 때 올렸던 담뱃값을 자유한국당이 2천원 인하하겠다고 나서면서 담뱃값 인하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홍준표 대표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당론으로 해야 한다 하니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참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러한 행태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눈속임 정치이다. 당명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니면 대표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행여 이런 식의 논리라면 정책이 얼마나 많이 바뀌고 또 바뀌어야 하겠는가? 정책이라 하면 최소한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인하해야 한다면 정책 수립 시 대충했거나 아니면 민주당의 부자증세 정책에 맞불을 놓아 서민감세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보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아니다 싶다. 민주당 역시 그 당시에는 인상을 반대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주장에 논리적 근거를 찾지 못하면 자가당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올해 담배세수는 11조 4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인상 이전보다 4조 5천억 원 증가한 액수여서 재원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정부로서도 쉽게 인하하자고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여당이나 야당 모두 담뱃세 인하 문제를 포퓰리즘적 접근에서 벗어나 국민건강 등 복지 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수급조절을 해주는 것이 가격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당연히 감소할 것이고 수요가 감소하면 공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담배의 공급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의 입장에서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다.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수요는 감소하더라도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서 10개 팔던 것을 5개만 팔아도 된다는 것이다. 담배는 연령층에 따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가격탄력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소득이 있는 층은 가격이 올라도 그대로 피우겠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층과 청소년과 같은 학생들의 경우에는 가격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연을 유도하는 전략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흡연자들의 흡연 욕구를 저하 시키는 ‘수요 감소 전략’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담배의 공급로 차단 및 공간을 폐쇄하는 ‘공급차단 전략’을 들 수 있다. 이 둘의 전략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담배 한 갑에 현재 4천500원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발생한 흡연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면 더 많은 돈이 들어야 하고 그때에는 목돈이 들어 당장의 스트레스는 해소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쁜 정책이다. 담뱃값이 인하되면 서민들과 청소년들이 더 많이 피우게 될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건강은 더 나빠질 것이다. 담배를 이제는 개인의 기호품으로 볼 것이 아니라 중독성이 강한 마약과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현시대에서는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기회에 담뱃값을 인하하기보다는 가격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되 비가격정책인 담배판매규제, 광고금지, 경고 그림 강화 등의 금연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해 올바른 것이다. 세수나 인기영합적인 정책이 아닌 오로지 국민건강 만을 보고 가는 정책으로 정면 돌파해보면 어떨까.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20%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다. 특히 상위 20%와 하위 20% 소득자의 남성 건강 불평등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정당이나 국가가 나서서 흡연률을 높이는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에는 관심이 없고 정권만을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지속적인 금연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담배는 중독성이 강해서 당장 끊기가 어렵다. 3년의 시간만을 가지고 금연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한계를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금연 성공에는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지역 사회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회적인 연계망을 확충하고 함께 지지하는 분위기 조성이 담뱃값을 인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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