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15 (금)
로봇과 인공지능시대 윤리
로봇과 인공지능시대 윤리
  • 김혜란
  • 승인 2017.08.09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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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4차 산업혁명 ‘쇼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각종 토론모임을 비롯,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한국사회가 더 유별나다고 한다. 가장 인기(?)종목은 AI(인공지능)이다. 일본의 감정인식 로봇 페퍼부터 각종 인간의 기능을 가진 로봇들이 제품으로 이미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이라며 매스컴에 연일 소개된다.

 대다수 사람은 4차 산업혁명이 두렵고, 현실 생활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보스포럼에서 주창된 만큼, 세계에서도 상위계층 기업들이 가까운 미래에 이익을 창출할 방법으로 세계인에게 ‘덫’을 놓은 것이라고 분노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후기 3차 산업이든, 4차 산업혁명이든 상관없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에서 만나진다는 사실이다.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 자율 주행차나 무인자동차다. 광고는 물론, 현실에서 이미 인공지능 센서로 자신이 알아서 작동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운전자가 자칫 차선을 위반하게 되면 차가 알아서 진로를 수정한다. 최근 장거리 운전을 쉼 없이 하는 버스 기사들을 위한 졸음운전경보시스템도 크게 보면 아이큐 낮은 인공지능기능에 해당한다.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 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인터넷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 자체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문제는 자율주행을 제대로 하려면 도로와 교통시스템을 비롯, 관련법과 정책까지 모두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든다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 한 대가 퇴근길 교통체증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무인자동차의 경우,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 자체가 불법인 곳도 있다. 각종 도로의 정보와 부딪힐 수 있는 사물, 다른 자동차,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함은 물론, 기존의 자동차 운용법이 바뀌어야 하는 광범위한 문제가 따른다.

 결국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도로, 교통 관련 시스템이 아니라 윤리의 문제일 것이다. 자율주행차 혹은 무인 자동차 한대만 도로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끼리도 만나고 인간이 직접 운행하는 차와 만난다. 만일 그들 간에 혹은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차와 사고가 났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무수히 많은 기술을 가지고, 수많은 데이터를 숙지하고 운전한다 해도 인간이나 자연현상, 동물들의 돌발상황과 어떻게 만날지 예상 불가능한 경우가 너무도 많다. 또 인간이 타고 있었던 차라면 차주나 승차자가 책임을 진다지만 아니라면 자동차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판단을 맡겨버린 상태에서 발생할 문제들은 사용자를 누구로 볼지와 윤리적인 문제로 확산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복잡하고 위험한 일을 맡기는 것까지는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발생할 윤리적인 문제까지 그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고는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데이터가 없는 인간이 상대일 경우는 더 그럴 것이다.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자동차를 타고 피곤한 운전에서 벗어나고 운전의 즐거움만 선택해서 즐길 수는 있되, 자신의 자동차가 저지른(?)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로봇법이 생기고 로봇의 인권이 정해진다 해도 여전히 기계에 맡기지 못하고 사람이 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어쩌면 설계에서부터 고민할 일이다. 인간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서 해결하도록 세팅할 것인가이다. 차선을 바꾸지 않고 사람 5명을 죽게 할 것인가, 차선을 바꿔서 한 명을 죽게 할 것인가. 자신은 입력된 매뉴얼대로 운전하되, 사람 목숨은 더 많이 죽을 쪽을 선택할 것인가. 기본 매뉴얼을 벗어나되 사람을 되도록 적게 죽게 할 것인가. 다양한 윤리적 결정을 내려 할 문제들이 인간에게와 마찬가지로 로봇과 인공지능에 주어진다. 인간은 이론과 달리 위험 상황에서 본능과 습관에 의지해서 행동한다. 하지만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철저히 사전 입력된 대로 행동한다. 사람 개입 없이 사람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해야 하는 특성은 설계단계부터 더 정교한 인간의 머리와 판단이 요구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잡는 순간 끝도 없이 복잡해지는 달콤한 유혹의 초 문명 이기가 바로 코앞에 있다. 이름이야 무엇이든, 신기루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 유혹의 향기 나는 과일 껍질을 벗기기 전에 심사숙고할 일이 산더미다. 과연 이 과일을 먹어야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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