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25 (토)
탈모 막을 순 없는가?
탈모 막을 순 없는가?
  • 신화남
  • 승인 2017.08.08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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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남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동물 중에서 머리털로만 보자면 사람의 머리털이 가장 많을 것이다. 정상적인 모발은 생성-성장-퇴행-휴지-탈락이라는 한 주기를 거치는데, 모발이 성장과 탈락의 평형을 이루게 되면 두부 모발은 기본 외형을 유지하게 된다. 모발 한 가닥의 수명은 대략 3~6년 정도가 되는데 균형이 깨져서 생성은 안 되고 소실만 돼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질환을 탈모(Alopecia)라고 말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개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모낭 기준 평균 7~10만 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이 머리카락은 한 달에 약 1㎝ 정도씩 자라고, 평생 동안 모낭 1개에서 머리카락이 평균 15회 정도 나온다. 이렇듯 머리카락은 매일 새로이 생겨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머리카락이 빠진다. 하루에 약 50~70가닥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지만 빠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하루에 대략 100가닥이 넘으면 병적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탈모는 그 원인을 찾아 없애면 모낭이 유지돼 대부분 회복되는 반면, 만성 탈모로 모낭이 파괴돼 모발 재생이 되지 않는 탈모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대머리라고 부르는 남성형 탈모증이 여기에 속한다.

 남성형 탈모증은 역사적 기록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많은 대머리들이 수 천 년을 고민해 온 문제이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자신의 대머리를 치료하기 위해 아편과 고추냉이, 비둘기 배설물을 혼합한 약제를 사용했지만 결국 치료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약성서’에서도 대머리를 신이 내린 형벌로 간주했다. 성자(聖者) 베드로는 예수 몰래 빵 한 조각을 모자 속에 감췄다가 그 빵 조각 크기만큼 머리카락이 빠지는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계를 정복한 로마의 황제 카이사르도 자신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만큼 권력도 사라진다고 생각해 머리에 양모제를 바르고, 마사지를 받으며 탈모증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는 탈모의 고통을 “세월은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었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대머리는 주로 해적이나 악당 등 부정적 인물의 캐릭터가 되기도 하지만, 성적 매력이 강한 캐릭터의 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사람 몸의 털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탈모는 대머리를 유발하는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때문이라고 한다. 이 DHT라는 남성호르몬은 수염이나 머리털을 잘 자라게도 하지만 앞머리나 윗머리 등 특정 부위의 머리털을 빠지게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남성호르몬이 많아서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남성호르몬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남성호르몬이 작용하기 위해서는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라는 특정 유전자가 필요한데 이 수용체는 모낭에 있다. 남성호르몬이 모낭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을 하면 모발의 성장을 방해하게 돼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고 짧아지면서 마치 퇴화하듯이 줄어들게 만든다. 따라서 남성호르몬이 많아서 대머리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호르몬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반응이 다른 사람보다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사람의 경우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머리가 돼도 대부분 머리 뒷부분인 후두부는 머리털이 빠지지 않고 유지되는데 후두부의 모낭은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작용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탈모가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이 탈모의 주된 원인이라면 쉽게 생각해서 역으로 여성호르몬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분야에 대해서도 아주 오래전부터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남성형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여성호르몬을 사용하게 되면 남성의 여성화 현상 때문에 문제가 되고, 여성에서도 여성 암을 유발할 개연성이 있어서 여성호르몬을 직접 이용한 치료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많은 우리 인류 조상들이 대머리 치료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남성형 탈모의 진행을 막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탈모 증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와 의학 발달로도 약물을 사용해 남성형 탈모의 진행을 막고 더 좋아질 수 있는 치료도 가능한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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