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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도 될까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도 될까
  • 이유갑
  • 승인 2017.08.03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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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갑 (사)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ㆍ전 경남도의원ㆍ심리학박사
 8월에 접어들면서 숲 속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한여름임을 실감 나게 한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친구들이랑 여름방학 내내 몰려다니면서 골목길을 누비고, 냇가에서 미역 감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런데, 요즘에는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최근에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2세와 5세 아동의 일과표를 보면 아이들의 삶이 어른 못지않게 팍팍하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하루에 하는 공부는 3시간에 육박하고, 바깥 놀이 시간은 겨우 1시간 4분이라고 한다. 두 살짜리 아이는 하루에 1시간 9분을 공부하고, 신체활동 위주의 바깥 놀이 시간은 1시간 10분에 불과하다. 깜짝 놀랄 일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내놓은 ‘영ㆍ유아의 하루 일과에 비춰 본 아동 권리의 현주소 및 개선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서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도 되는 것일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3년 정도 살면서 세 명의 자녀들을 직접 키운 경험이 있는 덴마크의 신문기자 마쿠버 번슨은 얼마 전에 ‘휘게(hygge) 육아’라는 책을 펴냈다. ‘휘게’는 일상생활에서의 포근한 여유와 행복을 뜻하는 덴마크어인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덴마크 특유의 문화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마쿠버 번슨 기자는 자녀들을 한국의 유치원에 보내면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영유아기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간섭과 기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신성한 시간이다”라고 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또래들과 자유롭게 뛰놀면서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서는 TVㆍ스마트 폰 등 전자 기기에 빠진 우리나라 영ㆍ유아의 놀이문화 실상도 찾아냈는데, 매일 전자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5세 아동은 1시간 12분이고, 2세 아동은 1시간 14분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팀은 시청각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을 통한 교육시간까지 합하면 전자기기에 노출되는 시간은 영ㆍ유아 모두 2시간을 훌쩍 넘어선다고 밝혔다. 믿기 어렵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아동 교육의 엄연한 현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지난 2014년도에 수도권 지역의 영ㆍ유아(0~5세) 자녀를 둔 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서 내놓은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영ㆍ유아의 스마트 폰 이용률이 53.1%였다.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처음으로 이용한 시기는 평균 2.27세이고,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평일에는 31.65분, 주말에는 39.05분이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아동이 36개월이 되기 전에는 스마트 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며, 이 시기의 일방적인 시청각 자극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스마트 폰 중독이 의심되는 유아 9명(3~5세)의 사례를 분석한 이 연구팀의 결과를 보면, 이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미숙하고, 또래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으며,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있고,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은 처음 접한 시기가 24개월 미만인 아이들이 공격성향이 더 강하고, 영ㆍ유아가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다른 사람의 정서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식당에 가보면, 젊은 부부가 자기들끼리 편안하게 식사하면서 갓난쟁이에게 스마트 폰을 가지고 놀게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손쉽게 스마트 폰을 아이 손에 쥐여 주면서 달래는 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린 자녀 앞에서 스마트 폰 게임에 심취해 있는 아빠를 보는 황당함도 빼놓을 수 없는 이상 현상이다.

 어린 자녀들에게 독이 되는 스마트 폰을 별 제약 없이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고, 왕성한 신체활동을 하면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할 나이의 자녀들을 온갖 형태의 사교육 공부에 묶어 두려는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자녀들을 잘 키우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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