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하는 자와 맞서는 자
더위를 피하는 자와 맞서는 자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7.08.03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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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과 휴가 없는 정치판이 더 큰 더위를 만들어도
그 더위를 피하거나 맞서거나 하면서 여름을 나야 한다.
▲ 류한열 편집부국장
 무더위 위세가 대단하다. 더위에 맞서는 사람은 어리석다. 더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 중에 예부터 책 읽기가 으뜸이다. 독서 피서를 이야기하면 인상 쓸 사람도 있지만 돈 안 들이고 더위를 피하는 경제적인 방법 중에 책 읽기만 한 게 있을까. 특히 한여름에는 시리즈로 나온 책을 읽으면 좋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15권짜리를 잡고 읽으면서 1천년 로마의 흥망성쇠를 더듬을 때 자신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로마의 쇠망하는 과정에서 굵직한 교훈 덩어리를 건질 수 있다. 완독하면 이번 여름 더위를 제대로 피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10권짜리를 들고 ‘이념과 사람 중 무엇이 우선하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들면 더위는 저만치서 맥을 못 춘다고 장담한다.

 더위를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맞서는 사람도 있다. 열을 열로써 다스리는 전략도 더위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무더위에 찜질방을 찾는 사람은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여름을 난다. 땀 한번 푹 내고 난 후 느끼는 시원함은 냉수욕보다 더 효과가 클 수 있다.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좋지만 한증막을 찾아 더위를 꺾는 사람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한증막에서 더위와 맞서는 사람은 흡사 전사(戰士)와 같다. 간편한 옷을 둘둘 말아 입고 불구덩이에서 땀을 쏟고,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바닥에 뒹굴면서 더위를 내친다. 몸에 뜨거운 불을 지닌 사람에게 된더위는 되레 힘을 못 쓸 수밖에 없다.

 올여름 무더위가 힘을 쓰는 가운데 집중 호우도 덩달아 기세를 떨치고 있다. 중부지방에서 여러 차례 물난리가 나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다. 장대비가 내린 후 어제 못 본 죽순이 여기저기 솟아 오르듯 하루가 멀다 하고 갑질 논란이 터져 복장이 터진다. 회장님 갑질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중에 이번엔 ‘대장 갑질’이 터졌다. 갑질 논란에 엮여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육군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의 부인 갑질에 열 받은 공관병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우리 사회에 갑질이 안 일어나는 곳이 없다. 가히 ‘갑질 공화국’이라 불러도 시원치 않다. 갑질이 날뛰는 이유는 경박한 사회에 흐르는 인명 경시 풍조가 강하기 때문이다. 기득권 자리에 오르면 으레 힘을 휘두르는 몹쓸 병이 왜 도지는지 이해 못 할 구석이 많다. 갑질을 하는 사람을 한 꺼풀만 벗기면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남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자기 본위적 생각은 세상 사는 맛을 빼앗는다.

 경남 정치권도 여름 휴가 없이 후끈거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밑에서는 출마 예상자들의 움직임이 요란하다. 자유한국당이 경남 국회의원 수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힘이 예전 같지 않다. 앞으로 정치판이 어떻게 달궈질지 알 수 없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눠진 보수당이 경남에서 힘을 쓸지가 관건이다. 지방선거를 먼발치에 두고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예측을 보면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할지에 대해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마침 문 대통령이 진해에서 휴가를 보내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경남 지역에서 휴가를 겸해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경남 관가에는 한여름에 냉기가 흐른다. 긴장감이 커지면 찬 기운이 흐르기 마련이다. 홍 대표가 출마 예상자들이 아예 찾아오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지만 지방 정치인이 홍 대표가 머무는 장소에서 눈에 띄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떠돈다.

 경남의 정치 역학구도가 변하면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려는 정치인들이 많다. 문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양산과 생가가 있는 거제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문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여야 국회의원이 한 명씩인 양산 지역에 민주당 쪽에 힘이 실린다면 균형추가 흔들릴 수 있다. 물론 한여름 무료함을 달래는 우스갯소리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도 많다. 거제 지역은 민주당 입당을 놓고 4개월째 말들이 오가고 있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한국당 탈당 후 민주당 쪽으로 당을 옮기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속내를 잘 알 수 없지만, 권 시장이 민주당 입당을 못 하는지 안 하는지 헷갈린다. 그는 입당원서를 내진 않았지만 민주당으로 가는 과정에 걸림돌이 있는 건 분명하다. 경남 정치판은 여름 휴가 기간 없이 뜨겁다.

 갑질 논란과 휴가 없는 정치판이 더 큰 더위를 만들어도, 그 더위를 피하거나 맞서거나 하면서 여름을 나야 한다. 더위를 피하면 열을 받지 않지만 속에서 불이 나고, 더위에 맞서면 열을 잡지만 처음에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큰마음 먹고 10권짜리 책을 잡으면 더위를 피하든 맞서든 이번 여름은 열 덜 받고 보낼 수 있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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