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1:17 (금)
실익 없는 남북대화 서둘 필요 있나
실익 없는 남북대화 서둘 필요 있나
  • 이태균
  • 승인 2017.07.2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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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지금 북한은 핵과 ICBM으로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놓고 흥정을 벌이려고 UN과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핵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다. 미국이 북핵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도 북한을 통제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무력(無力)함만 드러낸 가운데,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제안한 강력한 북한 제제를 반대하고 있어 북한에 대한 UN의 제재가 제대로 가해질지는 미지수다.

 대한민국은 김정은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불장난에 우리의 한계를 느끼면서 UN과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취임 이후 첫 대북 제안을 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해야 대화할 수 있다지만,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설사 북한이 받는다고 해도 미국을 위시한 우방국과 갈등 소지가 남는다.

 문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대화와 대결 중에서 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리보고 조롱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까지 제의해 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겉으로는 ‘제재와 압박을 병행한 대화’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제재와 대화’는 공존 할 수 없는 모순임을 모르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모순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만약 대화가 성사되지 못하면 결국 대결을 택할 것인지 문 대통령은 조만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특히 현 정부의 이러한 대북정책은 국민 의견을 수렴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거니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의 개인적 소신 발언에 국민은 불안감과 정부의 대북방안이 도대체 뭣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북정책이 우리 내부에서조차 여론 수렴이나 합의가 도출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여야는 물론 보수와 진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바뀌어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이 나올 때마다 남북 갈등에 앞서 우리 내부의 갈등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의에 대해 노동신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밝혔는데, 노동신문은 “우리가 자위(自衛) 억제력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덤벼야 하지 않겠는가. 제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괴뢰들이 ‘군사적 대응’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이러한 북한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까지 ‘대화’를 하자고 구걸하다시피 해야 하는가?

 노동신문의 논평을 통해 북한은 한국에 대한 폄하도 서슴지 않았는데 ‘제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이란 대목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그나마 사드라도 배치되나 했더니 진보세력과 그 동조 세력이 결사반대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노동신문의 논평처럼 ‘우리 것’이 제대로 있는 것이 뭔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란 한국이 최하위 국가 중 하나인 북한으로부터 ‘네 것’이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오로지 대화 타령만 하는 게 아리송하다.

 한국을 비웃는 듯한 북한은 남북대화와 관련해 자기들 일방으로 몇 가지 조건까지 제시하고 있다. 첫째,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나 미사일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말 것. 둘째, 대북 제재를 전면 중단할 것. 셋째, 대북 한ㆍ미 군사훈련을 중지할 것. 넷째,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주한 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한ㆍ미 동맹 존속 여부도 응당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은 완전히 알몸상태로 무장해제 시키면서 대화는 미북 간에 할 테니 한국은 북한 경제 재건의 밑거름이나 되는 금품이나 제공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만약 대화가 아니라면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국민은 걸핏하면 군대를 줄이고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국방비를 삭감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군사력의 균형을 이룰 때 대화를 시작해야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표현대로라면 미국에 의존해 남의 신세나 지는, ‘제 것이라고는 없는’ 지금으로서는 대화를 시작한 시점이 아니면 우리가 매우 불리하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국방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능력이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들어주면서 대화의 광장으로 나갈 수 없다. 설령 지금 대화가 성사되면 기분만 좋지 대한민국이 챙길 수 있는 실익이 있겠는가. 따라서 지금은 UN과 미국을 위시한 동맹국의 대북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며, 북한과 단순히 만남을 위한 대화를 구걸할 시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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